[서울 '셀라뮤즈 자기박물관']'세계 명품자기' 한눈에

  • 입력 2000년 2월 13일 19시 34분


‘셀라뮤즈 자기박물관’이라는 팻말이 붙어있는 서울 종로구 평창동 주택가의 한 아담한 집. 초인종을 누르니 문이 열린다. 박물관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의 집에 초대받아 온 듯한 느낌.

현관문을 열고 들어서자 카페트가 깔린 포근하고 안락한 거실이 나타난다. 식사하거나 차를 마실 수 있는 탁자가 몇 개. 창가 통유리로는 겨울 한낮의 햇볕이 따스하게 들어오고 있다. ‘저기 앉아 찻잔을 기울이면 좋겠다’ 생각하는데 “그 자리를 예약하는 손님들이 많아요” 하는 말이 들려온다.

이 박물관은 관장인 복전영자씨가 어머니대부터 수집해온 수백점의 유럽 명품 자기들을 한데 모아 1998년말 꾸민 것. 찻잔세트 그릇 인형 꽃병 등 17∼20세기 유럽 자기들은 대부분 크리스티 경매를 통해 구입한 것으로 팔지는 않는다.

2층 전시실에 올라가자 화려하면서도 단아한 명품 자기들에 눈길이 바빠진다. 어떤 브랜드도 흉내내지 못한다는 특유의 주홍색과 보라색 문양의 독일 ‘마이센’ 그릇, 야생화를 그려넣고 가장자리에 금장식을 두른 덴마크 ‘로얄 코펜하겐’ 디너세트, 파스텔톤이 저렇게 맑게 느껴질 수 있을까 싶은 스페인 ‘야드로’ 인형…. 한 장식장에는 자그마한 에스프레소잔이 18세기 것부터 20세기 것까지 30여개 오종종 모아져 있다.

“자기는 원래 중국에서 유럽으로 전해진 것이라 색감이나 문양이 동양적인 것이 많아요.저 19세기 프랑스의 크리스탈에도 중국풍 산수화가 그려져 있죠.”

단체손님의 경우 박물관의 김정옥실장이 설명을 해준다. 나폴레옹이 사용했다는 샴페인 잔, 왕실에서 쓰였던 순금 잔, 다이애나 전 영국 왕세자비의 얼굴이 담긴 한정본 그릇이 시선을 끈다. 전시품은 서너 달에 한번 조금씩 바꾼다. 커피잔 일본그릇 크리스탈 등 매달 다른 주제로 기획전도 연다. 2월의 주제는 일본의 자기인형.

전시실 관람을 끝내면 1층으로 내려와 편안하게 담소를 나누기 좋다. 40∼50대 주부 모임이 많은 것도 그 때문이다. 앤티크에 대한 향수가 있는 단골들이 많고 저녁에는 품격있는 비즈니스 미팅을 원하는 남성들도 자주 찾는다. 미술대 교수와 학생도 즐겨 드나든다. ‘사돈어른같은 귀한 손님을 모시고 문화와 식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이라는 것이 김실장의 자랑.

식사는 일본식 쇠고기전골인 스키야키 정식(2만5000원), 스테이크 (2만5000원) 샤브샤브(3만원) 카레라이스(1만5000원·점심때만 가능)가 마련돼 있다. 저녁식사는 여기에 1만원씩 더해진다. 식사손님은 차와 전시실 관람이 무료이며 예약이 필수. 관람만 할 경우는 4000원, 커피와 차는 5000원이다. 전시실 관람시간은 오전 11시∼오후 5시. 토요일은 쉰다. 주차장은 박물관 위쪽의 널찍한 공터. 02-394-9876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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