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일의 책]'작은 사랑의 이야기'

  • 입력 2000년 2월 3일 17시 46분


▼'작은 사랑의 이야기' 안의정 지음/블루패밀리 펴냄/129쪽 6000원▼

마흔을 훌쩍 넘은 나이에 사랑을 얘기한다면 그건 어떤 모습일까? 잘 생기고 멋진 남자와 예쁘고 착한 여자가 엮는 동화속 사랑은 아닐진대 그렇다면 어딘지 모르게 음습하고 끈적끈적한 금기의 사랑?

작가 안의정의 대답은 'NO'다. 나이 고하를 막론하고 삶의 어떤 순간에서도 사랑은 존재한다고. 그리고 그 사랑은 더없이 순수하고 아름답다고 책속의 '나'는 나직이 속삭인다.

이 책에 담겨진 사랑이야기는 그야말로 '작고' 소박하다. 소박하다못해 이걸 사랑이라 할 수 있나 싶기도 하다. 하지만 사랑이라 할 수밖에 없는 한 가지 이유, 바로 누군가를 마음에 담아둘 때의 살떨리는 설렘, 그 미묘한 영혼의 교감.

루이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와네트를 평생 사랑한 노교수의 이야기. 학창시절 꿈에도 그리던 '사운드 오브 뮤직'의 여주인공 줄리 앤드류스에 얽힌 기억, 초등학생때 짝궁아이에 관한 애증의 추억, 유학시절 짝사랑한 절세가인의 중국여자 그리고 '나'를 짝사랑한 또 한 여인. 이렇게 다섯 이야기가 오순도순 모여있다. 모두가 저자 스스로의 경험을 옮겨놓은 것이어서 생생한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면 시가 저절로 가슴으로 다가온다"는 작가의 고백, 절로 고객가 끄덕여지는 대목이다.

한번쯤 사랑을 해본 사람이라면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으며 읽을만한 책이다. 무거운 책, 지루한 일상에 지쳐있는 이들에게는 잠시나마 활력소가 될 수도 있을듯.

저자 안의정은 뉴욕대학교 대학원에서 조직심리학 박사과정을 마치고 한국일보 뉴욕지사에서 외신기자로 일했다. 지은 책으로 '아우야! 세상에 바보란 없단다' '마음을 열면 세상이 참 아름답습니다' '펭귄이 날아간 곳은 어디인가'등이 있다.

김경희<동아닷컴 기자>kiki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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