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원생들을 신지식인으로"…'종합정보센터' 개관

  • 입력 2000년 1월 20일 19시 37분


20일 경기 의왕시 고봉중실업고등학교(구 서울소년원) 1층 컴퓨터 교육장. 40명의 학생들이 펜티엄Ⅲ 컴퓨터 앞에 앉아 영어공부에 열중하고 있었다.

각자의 유리책상 아래에 30도 각도로 위치한 모니터에는 옆방 어학실에서 다른 학생 20명을 가르치고 있는 여선생님의 상반신이 살아서 움직였다.

“따라해 보세요. We went for a swim yesterday.”

학생들이 착용한 헤드폰을 통해 선생님의 음성이 들리고 모두들 큰소리로 선생님의 발음을 따라 읽었다.

영어시간이 끝나자 학생들은 재빨리 인터넷에 접속, 자신이 원하는 사이트를 뒤지기도 하고 E메일 편집기로 친구에게 편지를 썼다. 이미 자기 홈페이지를 만들어 운영하는 원생도 10여명이나 된다.

20일 문을 연 교내 ‘종합정보처리교육센터’ 덕분에 소년원생들은 서울의 중고등학교들도 갖추기 어려운 이같은 첨단 시설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게 됐다.

법무부는 이 학교 외의 전국 12개 소년보호교육기관의 컴퓨터 교육장에도 펜티엄Ⅲ급 컴퓨터 490대를 새로 설치했다. 이 컴퓨터들이 근거리통신망(LAN)으로 연결되는 3월부터는 전국의 소년원생들이 동시에 ‘이름난’ 강사의 강의를 듣고 볼 수 있다.

법무부는 소년원생들에게 직업선택에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교육을 시키기 위해 봉제 등 과거의 교육과목 5개를 폐지하고 인터넷 정보검색이나 컴퓨터 그래픽디자인 등 ‘미래산업’을 가르치고 있다. 이미 졸업한 원생 2명은 인터넷 관련 중소기업에 취직도 했다.

소년원의 이런 변화는 “사소한 잘못을 저질러 소년원에 들어온 청소년들을 모두 장래의 ‘신지식인’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김정길(金正吉)법무장관의 방침에 따른 것.

이날 센터의 개관식에 참석한 김장관은 원생, 학부모와 함께 보리와 쌀이 2대8로 섞인 밥과 쇠고기국으로 점심식사를 함께하면서 원생들을 격려했다.

그는 또 “공든 탑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신념을 가지고 노력해 희망찬 새 천년의 주인이 되시기를 바랍니다”라는 서한을 적은 영어사전을 원생 280여명에게 선물했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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