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전작품 재미있는 만화로 본다…'개미' '칼 G 융'등 붐

  • 입력 2000년 1월 17일 20시 06분


“이 한 문장을 읽는 데 걸리는 몇 초 동안 지구상에 사람은 40명이 태어나지만, 개미는 7억 마리가 생겨난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소설인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개미’(열린책들)가 만화로 출간됐다.

지난해 마르셀 푸르스트의 소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열화당)가 만화로 발간된 이후 ‘칼 G 융’(현실과 미래), ‘그리스 로마신화’(〃) 등 문학이나 심리학의 고전작품을 쉽게 읽을 수 있는 만화책이 붐을 이루고 있다.

만화 ‘개미’는 프랑스 리얼리즘 만화의 대가로 불리는 파트리스 세르(53)가 원작 소설을 재창조한 작품.

베르베르가 12년 간의 과학적 관찰을 통해 그려낸 개미의 도시인 ‘벨로캉’의 세계를 그림을 통해 마치 현미경으로 보듯 섬세하고 정교하게 재현해 낸다.

특히 개미들이 냄새 언어인 페로몬을 통해 대화를 나누는 장면, 수 백만 개미떼가 전열을 갖춰 전쟁을 치르는 광경, 생식 개미들이 일제히 날아 올라 공중 결혼을 하는 ‘신성의 축제’ 등은 원작소설을 읽으면서 상상했던 장면이 생생한 그림으로 표현된다.

이 작품은 개미의 도시 ‘벨로캉’에서 개미들이 원인 모를 떼죽음을 당하면서 시작된다.

이에 의문을 느낀 주인공 개미가 그 비밀을 밝혀내려 애쓰지만 바위 냄새를 풍기는 일단의 개미들에게 살해될 위기에 몰린다는 내용.

원작 소설 ‘개미’가 천재 곤충학자의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면서 인간과 개미세계의 의사소통을 다룬 추리소설인 것과는 약간 내용이 다르다.

이에 앞서 출간된 ‘칼 G 융-우리 마음의 심층구조’ ‘그리스 로마신화-신과 인간의 만남’은 일본 고단샤(講談社)에서 펴내고 있는 ‘소피아 북스’ 시리즈를 국내에 번역 소개한 것. 읽기 힘든 철학 심리학 문학 등의 원전(原典)을 성인과 청소년이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만들었다.

그림으로 설명하기 힘든 부분은 1,2페이지에 걸쳐 글로 설명하고 있어 만화적 재미와 함께 인문학적 교양을 쌓아가는 즐거움도 만만치 않다.

세종대 한창완교수(영상만화학과)는 “일본이나 유럽에서는 ‘참고문헌’으로만 접하거나 지식인층의 전유물이었던 고전작품을 만화나 그림소설로 펴내 누구나 쉽게 읽을 수 있도록 대중화하는 작업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고 말한다.

<전승훈기자> raphy@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