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호우 피해]강남지역 10분거리가 1시간반 걸려

  • 입력 1999년 9월 21일 01시 04분


꼼짝않는 퇴근 차량들
꼼짝않는 퇴근 차량들
제17호 태풍 ‘앤’의 영향으로 전국에 많은 비가 내려 도로 침수와 교량 유실 등의 피해가 잇따르고 있다.

또 서울 등 대도시에는 하루종일 비가 내린데다 전형적인 월요일의 체증현상 그리고 추석을 앞둔 교통량 급증 등 교통체증을 유발하는 3가지 요인이 한꺼번에 겹쳐 최악의 교통대란을 겪었다.

강풍을 동반한 이번 비로 전국 곳곳에서 추수기에 접어든 벼가 쓰러져 상당한 감수피해가 우려된다.

8월초 심각한 수해를 입은 경기 강원 북부지역 자치단체 등은 예상외로 많은 비가 내리자 전 공무원에 비상근무 지시를 내리고 만약의 사고에 대비했다.

◇교통체증

팔당댐 방류량이 늘어나면서 서울 한강 잠수교의 수위가 20일 오전 8시40분 차량통제 수위인 6.2m를 넘어 차량통행이 전면 중단됐다. 여기에다 추석을 앞두고 교통량이 증가하면서 서울시내, 특히 강남지역 교통이 하루종일 극심한 혼잡을 빚었다.

서울 경찰청 교통정보센터에 따르면 이날 서울지역의 교통량은 평소보다 최고 30% 이상 증가했다. 특히 교통량은 오후에 집중돼 밤 늦게까지 정체가 풀리지 않았으며 일부지역에서는 21일 새벽까지도 정체가 계속됐다.

회사원 K씨(29)는 “서울 광화문에 있는 직장에서 이날 오후 6시반 퇴근 해 승용차로 대치동 자택까지 가는 데 평소에는 1시간 걸리던 거리를 무려 3시간반이나 허비해야 했다”며 “특히 교차로에서 차량들이 뒤엉켜 체증을 더욱 부추겼다”고 허탈해 했다.

서울교통방송측은 반포대교 남단에서 서초역까지 가는 데 1시간반, 신사역에서 안세병원까지 가는 데 1시간 이상이 걸리는 등 강남 전지역이 평소 10분 정도면 갈 거리가 1시간∼1시간반 걸렸다고 밝혔다.

◇비 피해

강원지역에서는 이날 오전 0시반경 인제군 서화면 서화리와 양구군 해안면간 지방도로에 임시 설치된 길이 8m, 폭 3m의 가령천교가 유실됐다.

또 이날 오전 1시경 홍천군 홍천읍 진리 화양강변에 주차돼 있던 승용차와 화물트럭 10대가 갑자기 불어난 강물에 휩쓸렸다.

이에 앞서 19일 오후 7시경에는 철원군 서면 자등2리 석현동마을로 들어가는 임시가교가 유실돼 이 마을 16가구 주민 80여명이 이틀째 고립됐다.

경기지역에서는 20일 광주군 초월면 산이리 늑현교 밑 우회도로 50m와 여주군 능서면∼강원 홍천간 365번 지방도의 율천교 우회도로 5m가 침수돼 차량통행이 금지됐다.

농림부는 20일 오후까지 전국적으로 6564㏊의 논에서 벼가 쓰러진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벼가 완전히 쓰러진 논은 2738㏊, 반 정도 쓰러진 논이 3826㏊로 집계됐다.

지역별로는 강원이 3020㏊로 가장 많고 △전남 1670㏊ △경남 717㏊ △경기 701㏊ △경북 410㏊ △전북 46㏊ 등이다.

〈김상훈기자·지방자치부〉core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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