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그림 고집 한국화가 심현희, 동산방화랑서 전시회

  • 입력 1999년 9월 5일 18시 45분


“사람얼굴이야말로 온갖 사연을 담고 있습니다. 풍부한 느낌을 전해주면서도 또한 함부로 그리기 어려운 대상입니다.”

한국화가 심현희(42)는 ‘얼굴’그림을 고집한다.설치미술과 각종 퍼포먼스 등 실험적인 작품이 쏟아져 나오는 동안에도 그는 여전히 가장 전통적인 소재인 얼굴을 ‘파고든다’. 주변 사람들의 얼굴을 그리던 그는 최근 소재의 범위를 더욱 좁혀 자기자신의 얼굴을 그리고 있다.

그는 예전에는 다양한 노인들의 얼굴에 관심을 가졌다. “인생역정을 헤쳐온 노인들의 골깊은 얼굴 주름 속에서 삶의 다양한 표정들을 읽을 수 있었습니다.”

얼굴을 표현하는 것은 곧 그 사람에 대한 전반적인 느낌을 표현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그는 평소 잘 알고 있는 사람들의 얼굴로 소재를 바꿨다. 주변 친지들의 얼굴을 그리다가 자신의 자녀와 남편 얼굴을 그렸다. 그러다 결국엔 자기 자신의 얼굴을 그리기에 이르렀다. 대상을 정확히 파악하고 표현하려는 진지함이 소재의 범위를 좁혀 자기자신에 이르게 된 것이다.

8일부터 17일까지 서울 견지동 동산방화랑에 가면 그의 다양한 얼굴 모습과 만나게 된다.“40세가 넘으면 자기 얼굴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링컨의 말 처럼 자신의 얼굴에 어느 정도 책임을 질 수 있기 때문일까?

스스로에게 불만을 느끼는 감정을 담은 ‘바보’,생활주변의 일로 화가난 표정을 담은 ‘열받은 날’ 등의 작품을 통해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살펴본다.이는 끝없는 자기탐구를 보여주는 작업이기도 하다. 02―733―5877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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