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애니메이션계 성우 구자형씨 『얼굴도 떴어요』

  • 입력 1999년 7월 18일 19시 45분


“꼬꼬마 동산에 텔레토비가 찾아왔어요.” “이제∼그만. 안녀엉∼”

어린이들을 TV앞에 꼭 붙잡아두는 목소리. 국내 애니메이션계의 최고 인기 성우 구자형(35)의 목소리다.

성우 8년차. 영화 ‘스피드’ TV방영때 키아누 리브스의 목소리를 연기했고, ‘제2의 건국’ 공익광고 나레이션을 했던 성우. 언제나 ‘얼굴없는 스타’일 뿐이었다. 그러나 최근 만화 애니메이션 붐이 일면서 그는 떴다.

하이텔 천리안 등 국내 4대 PC통신에 그의 팬클럽회원이 2000여명에 이르고,하루에도 수십통씩 전자메일이나 편지로 팬레터가 전달된다.

“팬들은 애니메이션의 캐릭터에 열광합니다. 캐릭터는 그림과 함께 목소리가 큰 역할을 하죠. 이때문에 캐릭터와 동일시되는 성우의 목소리에 관심이 높아지는 모양이예요.”

프리랜서 성우인 그가 출연한 애니메이션은 ‘세일러 문’ ‘슬램덩크’ ‘마법소녀 리나’ ‘카우보이 비밥’ 등. 사이버 가수 ‘아담’의 목소리 주인공이기도 하다.

구자형은 실사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성우의 목소리 연기는 크게 다르다고 말했다. 영화에서는 배우의 고정된 이미지가 있어서 ‘오버’하면 안되지만, 애니메이션에서는 오히려 과장과 왜곡이 생명이라는 것. 웃을 땐 뒤집어지게 웃어야하고 아플 땐 진짜 아픈듯 비명을 질러야한다.

그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작품은 97년 TV방영된 ‘세일러 문(Moon)’. 소녀들이 주인공인 이 만화영화에서 그는 모든 남자 악역을 혼자 연기해냈다. 여섯번이나 목소리를 바꿔가면서. 마지막 등장인물이었던 미친 과학자 페르손교수의 목소리 연기 때는 눈물이 나올 정도로 힘들었다. 그의 목소리 변신연기는 PC통신 만화동호회를 뜨겁게 달구었고 결국 ‘달(Moon)빛마을’이란 팬클럽까지 탄생했다.

미국 디즈니사의 애니메이션은 성우의 목소리를 먼저 녹음하고 그림 작업을 할 정도로 성우를 중시한다. 일본에서는 애니메이션 성우의 인기가 여느 탤런트나 가수 못지않다. 그들은 만화주제가나 가요 음반을 내기도 하고 독립 콘서트를 열기도 한다.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양상.

구자형은 최근 아마추어 만화동호회원들의 투표결과 ‘가장 만나고 싶은 애니메이션 성우’로 뽑혔다. 팬들의 요청에 따라 3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전시장에서 개막되는 만화축제 ‘코믹월드’에서 국내 성우로서는 처음으로 공개 라이브 토크쇼를 가질 예정이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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