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극기 원형 조선 영조때 왕실서 사용』

  • 입력 1999년 7월 13일 18시 36분


1882년 박영효가 처음 만들어 1883년 조선의 국기로 제정된 태극기. 그보다 150여년 앞선 1725년경 조선 영조시대에 이미 태극기를 제작사용했다는 내용의 연구 논문이 나왔다. 당시 청나라 사신이 그린 ‘봉사도(奉使圖)’ 속의 태극 깃발 그림 두 점이 그 증거물.

지난 1년 동안 이 그림을 정밀 검토해온 태극기 연구의 권위자 김원모 단국대교수는 최근 경원대 아시아문화연구소 주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봉사도의 태극원형기’라는 논문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최초의 태극기 원본(1883년 제작)을 발굴하기도 했던 김교수는 그동안 행정자치부 국가상징기획단 연구발표회를 통해서도 이러한 주장을 제기, 그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봉사도’는 1725년 조선 영조의 장남 왕세자 책봉례에 파견됐던 청나라 사신 아극돈(阿克敦)이 그린 화집. 그림은 총 20점. 지난해 경원대와 중국의 중앙민족대가 함께 베이징 민족도서관에서 발견해 그 일부를 공개한 바 있다.

이 중 지난해 공개된 ‘청 사신 숙소 풍경’ 그림엔 태극과 ‘감’ ‘이’2괘가 들어있는 태극깃발이 그려져 있다. 지금의 태극기와 비슷하다. 그러나 지난해 이 깃발이 조선(왕실)을 상징하는지 판단하기 어려웠다.

그러던 중 김교수는 이번에 처음 공개된 ‘영조의 청 사신 영접’ 그림에 주목했다. 여기엔 조선 영조와 청 사신 일행 주위로 조선을 상징하는 삼각형의 태극깃발과 청나라를 상징하는 붉은 용이 그려진 삼각깃발이 나타난다. 김교수는 “청나라 황제를 대신한 사신과 조선의 왕이 참여한 의전행사에 조선의 삼각 태극깃발과 청의 삼각 용깃발이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이들이 양국 왕실을 상징하는 깃발임에 틀림없다”고 주장한다.

‘숙소 풍경’ 그림에 나오는 태극깃발(청나라사신의 숙소 앞에 내건 태극깃발)은 일종의 의장용 휘장이고, ‘청 사신 영접’ 그림에 나오는 깃발은 조선 왕실의 깃발이라는 설명이다.

김교수는 나아가 “이 깃발이 1882년 조미(朝美)수호통상조약 체결 당시 조선의 상징물로 사용됐던 ‘4괘 없는 태극깃발’로 이어지고 다시 박영효의 태극기로 완성된 것”이라고 추정한다.

이 학술회의에 토론자로 나섰던 이민원 충북대강사(한국사)는 “조선과 청의 깃발이 양국을 상징하는 것이 틀림없는 만큼 태극기의 기원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이광표기자〉kplee@donga.com

트렌드뉴스

트렌드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