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윤영선 극본 3부작 연극「키스」, 3色 입맞춤

  • 입력 1999년 6월 16일 19시 17분


연인사이 ‘달콤한 대화’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키스. 하지만 연극 ‘키스’는 여기서 한꺼풀만 벗겨내면 남녀의 ‘투쟁’과 화해, 인간의 소외까지 담겨있다고 주장한다. 그것도 윤영선이 쓴 동일한 극본을 놓고 세 명의 젊은 연출가가 저마다, 제각각.

우선 ‘둘이 하는 키스’(김동현 연출). 단순하지만 함축적인 언어로 이루어진 극본을 비교적 충실하게 전달한다.

무대 위 대각선으로 떨어져있는 두 남녀. “나 여기있어” “나도 여기있어” “그냥 여기” “그냥 거기?” 등 동어반복적인 대사로 둘의 정서적 거리를 접근시킨다. 때론 육두문자를 써가며 싸우면서도 점점 가까워지는 두연인은 결국 첫키스의 환희를 ‘어렵사리’ 느끼게된다. ‘김치국씨 환장하다’의 김내하와 올초 ‘블루룸’에서 탄탄한 연기력을 과시한 이경선 주연.

마임이스트 남긍호의 ‘혼자하는 키스’는 키스를 인간에 대한 탐구의 기제로 확대시킨다.여자는 없다. 무대바닥에 깔려있는 흰 천이 남긍호의 손짓과 몸짓을 통해 여자의 형상으로 탈바꿈한다. 속옷만 입은 벗은 차림으로 ‘여자’에게 조심스럽게 입맞춤하는 동작은 인간의 본원적 고독과 소외를 표현한다는 것이 연출자 박상현의 설명이다.

이성열 연출의 ‘여럿이 하는 키스’에는 무려 12명의 배우가 등장, ‘제대로 된’ 키스의 어려움을 표현한다. 아무렇게나 만나서 즉흥적으로 이루어지는 키스, 성폭행에 가까운 키스 등 각종 무의미한 키스가 난무한다. “사랑없는 키스는 사회 부적응자의 광기나 마찬가지”라고 이성열은 말한다.

예술의 전당과 프로젝트그룹 작은파티가 공동주최. 97년 한국연극평론가협회로부터 ‘올해의 연극베스트3’ 중 하나로 뽑힌 작품의 99년 버전이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 예술의전동 자유소극장에서 7월4일까지. 평일 오후7시반, 금 오후 4시반 7시반, 주말 오후 3시 6시. 1만2000원(일반) 8000원(학생) 02―580―1300.

〈이승헌기자〉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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