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에 얽힌 뒷얘기]조승훈/「옥스퍼드 잉글리시 딕셔너리」

  • 입력 1999년 5월 28일 19시 21분


올해 초 미국에서는 3천달러(약 36만여원)하는 20권짜리 옥스퍼드 잉글리시 딕셔너리(OED)가 불티나게 잘 팔린다는 뉴스가 있었다.

영국에서 속어사전편찬의 권위자로 알려진 조너선 그린은 ‘해를 따라가기(Chasing the Sun, 헨리 홀트 출판 1996)’에서 사전을 만든 사람들과 사전이야기를 소상하게 담았다. 책이름도 아예 1857년에 시작되어 70년만에 완성이 된 OED의 편집책임을 맡았던 옥스퍼드대학 제임스 머리 교수가 한 말에서 따왔다. 사전편찬은 마치 해를 따라가는 일과 같다는 것.

머리교수는 “영어사전은 영국의 헌법과 마찬가지로 한사람, 한시대의 창조물이 아니라 시작은 거의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하고 현재는 우리가 영어사전으로 알고 있지만 처음 그것은 사전도 아니었고 영어로 쓰여지지도 않았다.”

머리 교수는 사전 편찬 중 한 사람으로부터 무려 3만여개의 기고를 받았고 그 중에 1만여개는 OED에 채택되었다. 그런데 이 기고가는 놀랍게도 정신병자 수용소에서 종신형을 살고 있는 정신병 살인범이었다.

그는 미국 출신 의사로 남북전쟁 당시 군의관으로 근무할 때 상관으로부터 탈영병 얼굴에 탈영병이라는 낙인을 찍으라는 명령을 수행한 충격으로 정신병자가 되었고, 영국에서 치료 중 살인을 범했다고 한다.

‘해를 따라가기’에 감동받은 기자출신 문필가 사이먼 윈체스터는 ‘교수와 미친사람’(The Professor & The Madman, Harper Collins 출판)을 썼는데 놀랍게도 1998년부터 계속 전세계에서 베스트셀러를 기록하고 있다.

이 책의 인기에 힘입어 옥스퍼드대 출판부는 최근 OED 2판(20권, 2만2천쪽, 5천9백만 단어, 50만 정의, 2백50만 사진 삽화, 가격 3천달러)을 9백95달러에, 그리고 ‘교수와 미친 사람’을 무료로 곁들여 세일을 했는데 대단한 성공을 거뒀다.

조승훈(출판평론가)tongbssh@chollian.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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