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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9년 5월 19일 19시 2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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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지성적이어야 할 대학생들이 술에 취한 채 수영도 못하는 동료를 빗물로 불어난 연못에 집어던지는 야만적 통과의례를 치르다 두 학생의 목숨을 앗아갔다. 우리의 대학문화가 왜 이처럼 비이성적 모습을 버리지 못하고 있을까. 일부 학생들의 무분별한 대학문화의 실태와 원인 그리고 대책을 2회의 시리즈로 살펴본다.
▼ 생명을 건 장난 ▼
7일 오후 6시반경 서울 광진구 모진동 건국대 교내 연못 ‘일감호’에 놀러갔던 대학생 두명도 연못에 뛰어들었다 물에 빠져 숨졌다. 송모씨(21·S대 1년)가 장난삼아 신발을 연못에 던졌고 김모씨(20·K대 1년)는 이를 찾으러 연못에 뛰어들었다가 허우적거리자 송씨가 뒤따라 뛰어들었다 변을 당했다. 4월4일에는 인천의 민박집에서 수련회에 참가하고 있던 K대 여대생 김모씨(22)가 선후배들과 어울려 벌주를 마시다 갑자기 쓰러져 숨졌다. 김씨는 이날 선후배들과 지면 무조건 벌주를 마셔야 하는 게임을 하고 있었다. 심장수술을 받은 적이 있는 김씨 역시 무분별한 대학문화의 희생자였다.
▼ 음주 무법지대 ▼
대학생들의 비상식적 행동의 뒤에는 대부분 무분별한 음주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대학 신입생환영회의 ‘사발주’문화는 매년 언론의 도마위에 오르지만 쉽게 끊기지 않고 있다. 96년 3월 충남대의 한 신입생환영회에서는 40명이 1.8ℓ짜리 소주 12병과 2홉들이 소주 1병을 냉면그릇에 쏟아놓고 돌려마시다 신입생 장모군이 숨졌다.
지난해에도 연세대 신입생이 술에 만취해 여관에서 숨진채 발견됐고 한국외국어대 신입생오리엔테이션에서 한 학생이 역시 술에 취한 채 콘도에서 떨어져 골반골절이라는 중상을 입었다. 한국바커스(한국대학생알코올문제 예방협회)의 최근 통계에 따르면 대학생의 경우 남학생의 94.3%, 여학생의 91.4%가술을마시고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성인의 음주비율(63.1%)을 훨씬넘어선것은물론 미국대학생의 음주비율(86%)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높은 수위다.
▼ 성추행 ▼
최근 들어 대학가에서도 연이어 성추행 사건이 불거지고 있다. 고려대 여학생회는 올해 3월 대자보를 통해 올해 신입생오리엔테이션에서 발생한 성추행사건을 발표하며 가해자인 상급생 남학생의 사과문과 피해 여학생의 자술서도 함께 공개했다. 지난해에는 고려대와 성균관대 총학생회장과 간부들이 술좌석에서 여학생들에게 과도한 신체 접촉을 시도하다 성희롱 시비에 휩싸여 잇달아사퇴한 적도 있었다.
서울대 역시 지난해 9월 술집에서 술에 취해 여학생에게 과도한 신체적 접촉을 시도했던 인문대 남학생(21)이 자퇴와 함께 피해 여학생의 재학기간중 재입학이 불허되는 중징계를 받았다.
▼ 선배는 하늘 ▼
기성질서에 대한 맹렬한 도전의식은 대학생 집단 내부로 들어가면 실종된다.
동아리선배들이 군기를 잡겠다고 신입생들에게 원산폭격을 시키거나 야구방망이로 구타하는 모습도 심심치 않게 목격된다. 후배들 역시 이를 내부단합을 위한 필요악이라며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 자신들이 그토록 경멸해 마지않던 ‘군사문화’에 스스로 젖어있는 모습이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