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수환추기경 사법연수원 특강… 「사랑의 법」 터득해야

  • 입력 1999년 4월 14일 19시 51분


『법은 인간을 위해 존재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십시오.』

김수환(金壽煥·77)추기경이 14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초동 사법연수원 대강당에서 연수원 초청으로 7백여명의 새내기 법조인들을 상대로 ‘법과 인간’을 주제로 특별강연을 했다.

‘사람을 위해 법이 있는가, 법을 위해 사람이 존재하는가’라며 화두(話頭)를 던진 김추기경은 “헌법에 모든 국민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갖는다고 돼 있는 것은 법의 근본이 인간이 존엄하게 살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이라고 법 정신을 풀이했다.

그는 이어 ‘국민의 정부도 불법사찰’이란 제목의 3일자 동아일보 사설을 인용하면서 “군사정권 시절 나도 전화감청과 우편검열의 대상이었지만 국민의 정부에서도 공안사건 출소자에 대한 사찰이 남아 있다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특히 김추기경은 소설 레 미제라블에서 평생 주인공을 쫓는 경감에 대해 스스로는 정당한 법의 집행자였다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법의 노예였다고 평가하며 “여러분도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법의 원리를 맹신했던 경감이 그토록 증오했던 장발장에게서 사랑과 용서의 마음을 배운 뒤 자살하는 장면을 소개하면서 “모든 법에 우선하는 것은 사랑의 법”이라고 역설했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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