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하기
입력 1999년 3월 14일 20시 02분
공유하기
글자크기 설정
13일 오후 서울지하철 시청역 구내. 휴대전화 업체가 동원한 이벤트 걸들의 고성이 행인들의 귀를 때린다. 통로엔 휴대전화 업체의 가판대가 버젓이 놓여 있다.
이곳뿐만이 아니다. 서울지하철공사가 관장하는 1∼4호선 역 중 50여곳에서 휴대전화 판촉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요즘 서울 지하철 역 구내가 휴대전화 업체들의 ‘판촉 전쟁터’로 변했다. 1월말 해피텔레콤이 15개 역에 가판대를 설치한 것을 시작으로 대부분의 휴대전화 업체가 경쟁적으로 ‘지하철 판촉’에 뛰어들었다.
지하철 역 구내에서의 이같은 공공연한 상행위는 74년 지하철 개통 이후 처음. 지하철공사는 휴대전화 업체들로부터 승차권 제작비용을 협찬받는 대가로 역구내 ‘홍보행위’를 허가했다. 협찬금은 한솔PCS 1억5천여만원 등 총 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지하철역 구내엔 복권판매대 신문가판대 등 시 조례에 규정된 시설물 이외엔 가판대를 설치할 수 없다. 자선 모금 등 공익적 활동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역내 활동을 허가해 왔다.
공사 관계자는 “허가 범위를 홍보활동만으로 제한하고 물품을 팔거나 고성, 불쾌감을 주는 행위는 금지했는데 실행과정에서 조금 변질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청역 인근 거리에서 떡 좌판을 하는 정재순씨(56)는 “우리같은 사람은 지하철 계단 입구에 발만 들여놓아도 단속원에게 혼이 나는데 대기업은 공공연히 아가씨들을 동원해 물건을 팔아도 되는 거냐”고 말했다.
공사 관계자도 “지하철 재정난을 덜기 위해 ‘홍보활동’을 허가했지만 영세상인과의 형평성 문제 등으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교통개발연구원 관계자는 “지하철공사가 역구내에서 수익사업을 하려면 먼저 어떤 종류의 상행위를 어느 수준까지 허용할 것인지 공평하고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시민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는 관리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