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경기 「꽁꽁」…『설 대목 우린 몰라요』

입력 1999-02-11 19:26수정 2009-09-24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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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오전 남대문시장. 경기가 조금씩 풀린다는 말이 들려오고는 있지만 설대목을 맞은 상인들의 얼굴에는 여전히 겨울바람만 쌩쌩 불고 있었다.

상인들은 팔짱을 낀채 하품을 하거나 찌푸린 표정으로 멍하니 상점 바깥을 쳐다보고 있었다.

아동복가게 종업원 박상준씨(28)는 “밖에서는 경기가 좋아졌다고 하지만 바닥경기는 ‘꽝’”이라며 “지난해 설만해도 쥐고있던 돈이 좀 풀린 것 같았는데 올해는 돈이 완전 말라버렸다는 것을 실감한다”고 말했다. 대도상가 1층에서 선물용 가죽제품을 파는 신남엽(辛南葉·45)씨는 “하루 매상이 지난 설과 비교해 절반도 안된다”며 “오늘은 새벽4시부터 나왔지만 외상거래 4건을 빼고는 개시도 못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사정은 다른 재래시장쪽도 마찬가지다.

제수품시장은 지난해 설은 물론 추석에 비해서도 매상이 떨어졌다. 특히 과일과 생선류는 가격까지 치솟아 상인들의 주름살이 더 깊어졌다.

종로구 연지동 광장시장에서 곶감 한과 대추 등을 파는 김필제(金弼濟·55)씨는 “25년 장사꾼생활에 이렇게 썰렁한 설은 처음”이라며 “선물용은 아예 팔리지도 않고 제사상에 오를 품목만 간간이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을지로5가 중부시장에서 과일상을 하는 김모씨(62)는 “안그래도 손님이 없는데 사과 배 귤 가격이 한상자에 1만5천∼2만원씩 올라 매상이 뚝 끊겼다”며 아예 울상을 지었다.

광장시장 새마을금고의 정화진과장(32)은 “상인들이 매일 입금시키려고 가져오는 돈이 지난해 설에 비해 30%가량 줄었다”면서 “바닥경기는 아직도 한겨울”이라고 진단했다.

백화점쪽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롯데와 현대백화점측은 올 설대목 상품권판매가 지난해에 비해 50%가량 신장했지만 매상은 오히려 20%가량 줄어들었다고 밝혔다.

〈권재현기자〉confett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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