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피해 학생에 용서받아오라』 법원 이색 처분

  • 입력 1998년 12월 9일 07시 46분


법원이 학교폭력사건과 관련해 불구속 송치된 여학생들에게 선고를 내리기에 앞서 사회봉사활동을 할 것과 피해학생들로부터 ‘용서하겠다’는 내용이 담긴 탄원서를 받아오라는 이례적인 요구를 했다.

서울가정법원 소년1단독 박동영(朴東英)판사는 8일 학교 후배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혐의로 불구속 송치된 서울 모중학교 3년 이모양(14) 등 여학생 5명에 대해 선고를 보류하고 이같은 처분을 내렸다.

법원의 주문은 두가지. 지체부자유아동 보호시설에서 40시간의 봉사활동을 하면서 힘없는 이들의 고통을 느껴볼 것과 학교에 돌아가 열심히 공부하고 후배들을 사랑으로 감싸주는 등의 모범적인 행동을 보여 피해학생들 스스로가 이런 선배를 위해 선처를 빌겠다는 생각이 들도록 생활하라는 것.

재판부는 “어린 학생들에게는 무거운 처벌만이 능사가 아닌만큼 잘못을 스스로 뉘우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며 “이행 여부를 확인한 뒤 소년원송치 보호관찰 귀가 등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양 등은 최근 중고교에서 유행중인 속칭 ‘XY 노예찍기’라는 수법을 사용해 학교 후배 10여명의 ‘X’또는‘Y’로 행세하면서 보호해 준다는 명목으로 폭력을 휘두르는가 하면 각종 심부름을 시키고 현금도 상납케 했다가 피해학생들의 고소로 경찰에 붙잡혔다.

〈하태원기자〉scooo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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