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락알선 「사이버 포주」적발…대화방통해 매춘 주선

  • 입력 1998년 12월 4일 19시 27분


‘정보의 바다’ PC통신에 윤락조직이 똬리를 틀고 있다.

폰섹스를 PC통신으로 옮겨놓은 ‘컴섹(컴퓨터섹스)’과 채팅을 하다 뜻이 통하면 행동으로 옮기는 ‘번섹(번개섹스)’이 활개를 치더니 대화방을 통해 은밀히 매춘을 알선하는 ‘사이버 포주’까지 등장했다.

스스로를 ‘번섹 중독자’라고 밝힌 김모씨(24·Y대 3년)는 “PC통신은 ‘성(性)의 해방구’다. 돈 주고 윤락가에 갈 필요 없이 PC통신에 접속하면 거저 해결된다”고 진술했다.

‘화끈한 만남을 원하시는 분’ ‘뜨거운 여자, 외로운 여자’같은 야릇한 이름의 대화방에 들어가 상대를 만나면 이미 절반의 ‘성공’을 이룬 셈. 속마음이 같기 때문에 대화가 금방 뜨거워진다고 한다.

진한 성적 대화를 나누는 ‘컴섹’만으로 아쉬우면 ‘번섹’으로 이어진다. 서로 통해서 되는 일이니 돈을 주고 받지도 않는다.

김씨가 애용한 ‘접선’ 방법은 만날 장소와 시간을 정한 뒤 자신의 승용차 번호를 알려주는 것. 여자가 차에 오르면 PC통신에서처럼 익명을 그대로 유지한 채 오로지 쾌락을 향해 출발한다.

올 한해 동안 김씨의 ‘번섹’ 횟수가 약 1백회에 달한다는 고백. 상대의 대부분은 또래의 여대생이나 직장인. 그러나 김씨는 “남편이 출장간 30대 주부, 용돈이 궁하다는 10대 여고생도 있었다”고 털어놓았다.

4일 서울지검 정보범죄수사센터가 PC통신의 비공개 대화방을 이용해 남녀를 연결하는 윤락이벤트업을 벌인 혐의로 구속한 D대 신학과 4학년 이석규(李晳揆·27)씨. 그도 김씨처럼 ‘번섹’을 즐기다가 ‘영업’을 시작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1년 전부터 PC통신 대화방에서 만난 유부녀 여대생 등과 수십차례의 성관계를 가지면서 자연스럽게 ‘번섹’을 상업적으로 이용하는 ‘사이버 포주’로 변신했다는 것.

서울 모여대 3학년 C양(21)등 10여명의 ‘사이버 윤락녀’도 평소 ‘컴섹’이나 ‘번섹’의 경험이 풍부해 ‘즐기면서 돈도 벌어 일석이조(一石二鳥)’라는 생각으로 남자를 상대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검찰관계자는 “PC통신 대화방 수천개 중 3분의 1 이상, 대화방 접속자의 절반 이상이 불건전한 성에 물들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PC통신에 대한 지나친 감시와 단속은 개인의 통신비밀 및 프라이버시권 침해와 직결된다는 것이 수사기관과 통신업계의 고민.

유니텔 관계자는 “폰섹스의 폐해가 크다고 모든 전화를 감청할 수 없듯이 ‘컴섹’과 ‘번섹’을 막기 위해 PC통신의 비공개대화방을 모두 엿보며 감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고 말했다.

〈부형권·박정훈기자〉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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