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엔 「1등 브랜드」만 뜬다…신제품 맥못춰

입력 1998-11-24 19:24수정 2009-09-24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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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여성 정모씨(28)의 화장대.

지난해만 하더라도 기초화장품은 물론 기기묘묘하게 생긴 향수병에 어느 회사제품인지도 모르는 색조화장품들로 드넓은 화장대가 모자랄 지경이었다.

하지만 IMF체제가 1년여에 접어든 요즘 정씨의 화장대는 큰 변화를 보이고 있다. 화장품 가짓수도 크게 줄었고 중소업체나 수입업체의 화장품이 자취를 감춘 대신 국내 단일 회사의 제품 몇 개만이 단출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모르는 제품을 샀다가 낭패를 당하느니 1등 브랜드제품에 의존하는 안전구매심리가 작용한 것.

정씨 같은 소비경향이 두드러지면서 업계에서는 1위 업체만 독주하고 나머지 업체는 어려움이 가중되는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꼭 필요한 것만 구입하는데다 호기심이나 모험심에 따른 구매를 피하고 ‘실패’없이 믿고 사용할 수 있는 리딩브랜드를 선호하는데 따른 것. 특히 화장품 식품 생활용품 등 일상생활에서 필수품으로 사용하는 제품들의 경우 이런 현상이 더욱 두드러지고 있다.

여러 중소 중견업체가 시장을 잘게 나눠갖고 있는 화장품의 경우 1위업체인 태평양의 시장점유율(MS)은 국내업체만 놓고 볼 때 10월말 기준으로 지난해 32.4%에서 36%로 3.6%포인트 늘었다.

생활필수품 시장은 매우 안정돼있어 시장점유율을 1%정도만 늘리려해도 광고 판촉 등 대대적인 마케팅활동을 펼쳐야 한다는 게 업계의 정설.

올들어 다른 해에 비해 판촉활동을 거의 하지 않고 있는 화장품시장에서 시장점유율이 3.6%나 ‘자연스럽게’ 늘어난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는 게 업계의 반응이다.

2위업체인 LG생활건강만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을 보이고 있을 뿐 나머지 중소업체들은 1∼2%씩 갖고 있던 시장을 모두 잃거나 겨우 명맥만 유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라면시장 부동의 1위 농심은 IMF추위를 타지 않은 몇 안되는 업체 중 하나. 올들어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62.2%에서 64.4%로 오히려 2%포인트 올랐다. 내놓는 제품마다 소비자들로부터 호응을 얻는데다 2위업체인 삼양이 부도여파를 겪고 있어 별다른 적수가 없는 상태.

시장규모 1천억원 정도인 화장비누 시장은 LG생활건강의 독무대. 9월말 현재 시장점유율이 48%로 지난해보다 6%포인트나 올랐다. 2위업체인 동산이 1%포인트 줄어든 14%로 자리를 유지하고 있을 뿐 3위업체인 유니레버는 시장점유율이 3%포인트나 떨어져 LG의 독주는 가속화될 전망.

그러나 경쟁상대가 없는 독주체제에 부러움을 보내는 데 대해 정작 1위업체들은 시대변화를 모르는 발상이라고 일축한다.

태평양 마케팅실 손영철차장은 “지금같은 독주체제는 IMF체제가 가져온 일시적 현상에 불과하다”면서 “호시탐탐 국내시장을 노리는 외국메이저사들과의 진검승부가 기다리고 있어 연구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재균기자〉jungj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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