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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11월 18일 19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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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이죠. 대출신청서에 손님 신상을 자세히 적어주시면 컴퓨터가 대출자격 여부와 대출한도를 즉석에서 결정합니다.”
잠시 후.
“손님의 신용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나왔습니다. 1천만원까지는 무보증으로 빌릴 수 있네요. 지금 대출신청을 하시죠.”
신한은행의 10개 시범점포에서는 5월 이후 6개월동안 컴퓨터를 활용한 대출상담을 통해 총 4백77건, 27억원어치의 대출을 취급했다. 거래실적 등 은행의 기여도에 따라, 확실한 담보가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대출여부를 결정하던 기존의 대출관행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신한은행은 최근 3년동안 거래한 고객을 대상으로 직업 연령 거주형태 등 25가지 분류기준에 따라 개인의 신용도를 분석한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을 개발했다. 이 시스템에 연결된 컴퓨터에 고객자료를 입력하면 1∼2분내에 대출여부가 결정된다는 것이다.
신한은행은 자체 분석한 결과 컴퓨터대출 연체율(3.7%)이 다른 2백50여개 점포에서 취급한 대출의 연체율(6.5%)보다 훨씬 낮아 23일부터 모든 점포에서 컴퓨터대출을 활용키로 했다.
CSS를 활용한 신용카드 발급에서도 고무적인 결과가 나타났다. 카드대금 연체율이 3.4%로 다른 점포의 평균 연체율(4.2%)보다 낮았다.
그렇지만 담보나 거래실적보다는 개인의 신용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데다 무보증 신용대출이 원칙이기 때문에 대출심사가 이전보다 까다로워진 측면도 있다는 게 은행측의 설명이다. 예컨대 1천여건의 대출신청중 창구에서 ‘대출불가’판정을 받은 사람이 27%에 이르렀으며 컴퓨터가 대출여부를 가리지 못해 본점 심사부로 대출권한을 이양한 것도 50%가 넘는다는 것.
신한은행 김병효(金炳孝)CSS 운영팀장은 “‘내 신용이 나쁠 리가 없다’며 따지는 고객이 있는 반면에 담보없이도 대출받을 수 있다는 것에 ‘즐거워하는’ 고객도 적지 않다”고 귀띔했다.
그는 컴퓨터가 정해준 액수 이상으로 돈을 빌리려면 초과금액에 대해 담보나 보증인을 세우면 된다고 덧붙였다.
〈이강운기자〉kwoon9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