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은행 『약속한 高금리 못준다』…10여명 손배소

  • 입력 1998년 10월 28일 19시 12분


IMF관리체제에 들어간 직후 예금유치를 위해 고금리를 보장하는 저축상품을 내놓았던 은행이 시중금리가 떨어지자 약속한 금리를 내주지 않겠다고 밝혀 예금주들이 소송을 제기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사는 주부 Y씨(29)는 4월초 H은행 반포 N지점에서 1년 만기의 싱싱자유예금에 가입했다. △1년 만기 18.8%의 확정이자를 지급하며 △수시 적립이 가능하고 △액수의 제한이 없다는 상담원의 말에 2천5백만원을 예금했다.

Y씨는 9월초 시중금리가 하락하자 다른 은행에 저축했던 신탁상품 등을 해약해 마련한 5천만원을 들고 은행을 찾았다. 그러나 은행측은 “시중금리가 폭락했기 때문에 금리가 10%로 하락했다”며 “게다가 이렇게 많은 돈은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은행측은 당초 약속한 금리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내겠다는 Y씨의 항의에 “당신만 특별히 15% 정기예금으로 해주겠으니 소송만은 내지 말라”며 회유했다고 Y씨는 말했다.

같은 상품에 2월 1천만원을 예치한 뒤 매달 1백만원씩 적립하던 K씨(27·서울 서초구 잠원동)는 9월초 1천만원을 추가로 넣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은행직원의 얘기를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은행 목표액인 2천억원이 꽉 차 고객의 추가적립을 받지 않으며 6개월마다 금리가 변동돼 8월부터 10%로 이자가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친구와 친지들에게 이 상품을 소개했던 K씨는 ‘이상한 예금’을 소개시켜줬다는 원망마저 들어야 했다. H은행측은 이에 대해 “나중에 변동금리를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빠뜨린 일부 은행원들의 실수”라고 말하면서 이 예금 가입자는 2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H은행 본점 영업부의 한 과장은 “수많은 상품이 있어 상품의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직원이 ‘6개월마다 금리변동’에 대해 고지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Y씨 등 싱싱자유예금에 총 1억원 이상을 예금한 가입자 10여명은 26일 “은행에서 지급하기로 한 이자액과 실제 지급액과의 차액 1천5백만원을 지급하라”며 서울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강용석(康容碩)변호사는 “금융선진국인 미국 영국 홍콩 등에서는 은행 증권회사 등 금융기관이 신상품을 한번 잘못 개발했다가 파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계약내용에 대한 위험성이나 변동사항을 고지해야 할 의무를 지키지 않은 책임은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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