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사는 주부 Y씨(29)는 4월초 H은행 반포 N지점에서 1년 만기의 싱싱자유예금에 가입했다. △1년 만기 18.8%의 확정이자를 지급하며 △수시 적립이 가능하고 △액수의 제한이 없다는 상담원의 말에 2천5백만원을 예금했다.
Y씨는 9월초 시중금리가 하락하자 다른 은행에 저축했던 신탁상품 등을 해약해 마련한 5천만원을 들고 은행을 찾았다. 그러나 은행측은 “시중금리가 폭락했기 때문에 금리가 10%로 하락했다”며 “게다가 이렇게 많은 돈은 받을 수 없다”고 말했다.은행측은 당초 약속한 금리를 지급하지 않을 경우 소송을 내겠다는 Y씨의 항의에 “당신만 특별히 15% 정기예금으로 해주겠으니 소송만은 내지 말라”며 회유했다고 Y씨는 말했다.
같은 상품에 2월 1천만원을 예치한 뒤 매달 1백만원씩 적립하던 K씨(27·서울 서초구 잠원동)는 9월초 1천만원을 추가로 넣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은행직원의 얘기를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은행 목표액인 2천억원이 꽉 차 고객의 추가적립을 받지 않으며 6개월마다 금리가 변동돼 8월부터 10%로 이자가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친구와 친지들에게 이 상품을 소개했던 K씨는 ‘이상한 예금’을 소개시켜줬다는 원망마저 들어야 했다. H은행측은 이에 대해 “나중에 변동금리를 적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빠뜨린 일부 은행원들의 실수”라고 말하면서 이 예금 가입자는 2만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H은행 본점 영업부의 한 과장은 “수많은 상품이 있어 상품의 내용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직원이 ‘6개월마다 금리변동’에 대해 고지하지 않은 것”이라고 해명했다.Y씨 등 싱싱자유예금에 총 1억원 이상을 예금한 가입자 10여명은 26일 “은행에서 지급하기로 한 이자액과 실제 지급액과의 차액 1천5백만원을 지급하라”며 서울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다.
강용석(康容碩)변호사는 “금융선진국인 미국 영국 홍콩 등에서는 은행 증권회사 등 금융기관이 신상품을 한번 잘못 개발했다가 파산하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계약내용에 대한 위험성이나 변동사항을 고지해야 할 의무를 지키지 않은 책임은 물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갑기자〉gd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