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프레소 커피」,늦가을 진한 향기 『인기』

  • 입력 1998년 10월 19일 19시 25분


코끝을 맴도는 가을 커피의 진한 내음. 올가을엔 자그마한 데미타스잔(에스프레소용 작은 잔)을 받쳐들고 가슴 저 밑바닥까지 깊숙이 들이마셔 보자. 여기 커피맛을 ‘아는’ 사람들을 위한 에스프레소가 있으니까.

▼ 이보다 더 진할 순 없다

에스프레소(Espresso)는 곱게 간 커피가루에 높은 압력의(Pressed―out) 수증기를 쐬어 뽑아낸 이탈리아식 커피. 커피가루에 뜨거운 물을 부어 내리는 일반 원두커피보다 한층 깊고 진한 맛을 내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하여 양이 일반커피의 절반밖에 안 된다고 절대 무시하지 말 것. 위스키처럼 연신 ‘원샷’으로 털어 넣었다간 밤잠을 설칠 지도 모른다. 한 카페에서 귀띔하는 커피 잔당 ‘커피가루 공식’은 에스프레소 15g, 일반커피 14g. 종이필터로 거르는 것보다 카페인도 더 많다.

▼ 여피거리의 문화기호

에스프레소 바람 근원지는 서울 청담동 여피거리.이곳 카페들에선 에스프레소에 케이크 한 조각을 곁들여 먹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이 거리 커피 수요의 15∼30%가 에스프레소.

“커피의 진짜 맛을 모르는 사람은 못 마시는 게 에스프레소다. 너무 진해서 쉽게 적응하지 못한다.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에서 지내다온 예술계통 유학파들이 ‘옛맛’을 그리워하며 많이 찾는다.”(청담동 카페 ‘하루에’의 이준구지배인) 이들에게 에스프레소는 단순한 한 잔의 음료 이상이다. 동네 구석구석까지 들어선 셀프서비스식 커피전문점의 원두커피와는 확실히 차별되는 ‘그 무엇’. 외국생활경험이 풍부한 사람들이 주도하는 여피거리의 고급스럽고 여유있는 취향에 딱 떨어지는 문화기호다.

▼ 한국인과 에스프레소

에스프레소는 원래 양식 정찬에서 기름진 음식을 먹고 난 뒤 입맛을 개운하게 하기 위해 마시는 것. 낮잠을 즐기는 남부유럽에서 나른한 오후에 정신을 바짝 깨우기 위해 일부러 진한 커피를 마신다는 얘기도 있다. 그래서인지 우리나라에 점차 확산되는 에스프레소 바람이 왠지 낯설다는 시각도 있다. 일본 커피전문가 밑에서 1년을 배운 뒤 청담동에 카페 ‘커피미학’을 낸 여종훈씨. “에스프레소는 육식을 많이 하지 않는 우리의 식습관과는 잘 맞지 않는다. 1주일에 두 잔 이상은 권하고 싶지 않다. 너무 진해 위장에 무리가 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스프레소 즐기는 법과 전문점]

한 번에 한 잔씩 뽑는 20만원대의 가정용 에스프레소 포트가 수입돼 있으나 널리 보급되지 않았고 구하기도 힘들다. 일단 커피향이 그윽한 카페로 가을 산보를 나가보는 것이 좋을 듯. 에스프레소를 주문하면 일반 커피잔의 절반만한 60∼80㏄짜리 데미타스잔에 까아만 액체가 담겨 나온다. 표면에 밝은 갈색 거품이 부드럽게 얹힌 채로 2, 3분간은 지속되어야 제대로 뽑은 에스프레소. 먼저 커피내음을 깊게 음미한 뒤 입안에 머금고 천천히 움직이면서 따뜻하고 깊은 맛을 즐긴다. 에스프레소는 워낙 커피맛 자체를 즐기는 것이라 아무 것도 첨가하지 않는 게 원칙. 지나치게 진하게 느껴지면 설탕을 조금 넣기도 한다. 이밖에 우유를 타 마시는 사람, 한 모금 마신 뒤 레몬조각을 베어무는 사람 등 가지가지. 진한 에스프레소에는 부드러운 케이크가 잘 어울린다. 다음은 서울 ‘여피거리’의 에스프레소 전문점들.

▼서울 청담동 ‘커피미학’(02―3444―0770)〓에스프레소 5천원, 치즈케이크 커피케이크 펌킨푸딩 3천5백원.

▼서울 압구정동 ‘팔라디오’(02―545―7353)〓에스프레소 5천원, 초콜릿케이크 티라미수케이크 치즈케이크 3천5백원.

▼서울 청담동 ‘하루에’(02―546―9981)〓에스프레소 6천원, 치즈케이크 6천원.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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