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이집트왕자」제작자 제프리 카젠버그

  • 입력 1998년 9월 24일 19시 03분


애니메이션영화 ‘이집트 왕자’중 홍해가 갈라지는 2분간의 클라이막스 한 장면에만 38만1천시간(9개월)의 공을 기울인 사람들. 전체 영화 중 99%를 컴퓨터그래픽과 특수효과로 만들어 ‘21세기 애니메이션’의 새 경지를 개척한 작가들. 애니메이션은 아이들 용이라는 고정관념을 깨고 미국 애니메이션산업의 르네상스를 주도하고 있는 ‘애니메이션의 황제’ 제프리 카젠버그(48).

세계 영상 음반시장 제패를 꿈꾸며 흥행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음악전문가 데이비드 게펜과 의기투합, ‘드림웍스(Dream Works)’사를 만든지 4년만에 역작 ‘이집트 왕자(The Prince of Egypt)’를 내놓은 그를 최근 미국 로스앤젤레스의 드림웍스 스튜디오에서 만났다.

“스필버그와 얘기를 나누다가 나는 (손가락 10개를 펼치면서) 이 정도로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하다고 했더니 스필버그가 그러면 ‘십계(十戒)’를 만들어보자고 하더군요.그래서 이 영화가 나왔죠.”

회색 와이셔츠에 노타이 차림으로 다이어트 코크(그는 절제력이 대단해 술은 물론 청량 음료도 자제하는 편이다. 담배도 마찬가지)를 마시는 수수한 차림새는 부담없는 이웃집 아저씨 같은 인상이었다.

파라마운트영화사의 우편 발송부 아르바이트사원으로 시작, 7년만에 제작부 사장에 오른 입지전적 인물. 84년 월트 디즈니사의 사장으로 발탁돼 94년 떠나기 까지 경영난에 시달리던 회사를 ‘애니메이션 왕국’으로 부활시킨 거인다운 모습은 찾아보기 힘들 정도.

“내 꿈은 21세기 새 세상을 첨단 테크닉을 통한 애니메이션으로 풀어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동화같은 세계를 담은 디즈니만화와는 다른, ‘인디아나 존스’나 ‘터미네이터2’와 같은 실사(實寫)영화를 애니메이션틀에 담아 새로운 장르를 만들고 싶어요. 그래서 이번 작품엔 기존의 디즈니식과는 달리 프랑스 화가 모네의 색깔과 일러스트레이터 구스타프 도어의 빛깔을 응용해 새로운 애니메이션을 만든 겁니다.”

파라오의 아들 람세스와 노예의 아들로 태어난 모세. 두 사람은 거짓으로 인해 형제가 되고 진실로 인해 원수가 된다. 성경을 기반으로 제작된 ‘이집트 왕자’는 성서의 경건한 의미와 품격을 고수한다는 원칙 아래 인형 장난감 등 캐릭터를 제작, 판매하지 않기로 했다. 순수 애니메이션을 향한 카젠버그의 남다른 열정을 엿볼수 있는 대목.

“나는 애니메이션을 1백% 사랑합니다. 많은 제작진이 한 작품을 위해 쏟는 땀과 번득이는 지혜가 팀웍으로 어우러져 한가지 창조물로 완성되는 것은 놀라운 일이죠.”

인터뷰 중에도 쉴틈없이 외부에 전화를 거는 사람.소위 ‘2분 통화’로 알려진 그의 전화공세에 걸려들면 누구나 전화를 받는 것 보다 그의 제안을 수락하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정도로 그는 일에 대해 집요하다. 5백여명의 전화번호 리스트를 갖고 다니며 일주일에 보통 6백여통의 전화를 걸 정도로 카젠버그는 일에 빠져있다.

“이 작품 후속으로는 초인적인 영웅을 다룬 ‘애쉬’ 액션 애니메이션 ‘엘도라도’ SF물 ‘스피리트’ ‘말’ 등이 팬들을 찾아 갈겁니다.”

12월18일 전세계 동시개봉을 계획중인 ‘이집트 왕자’는 발 킬머, 산드라 불록 등 유명배우들의 목소리로 더빙되어 친근감을 준다. 홍해가 갈라지는 모습, 람세스와 모세의 마차경주 장면, 출애굽 대장관 등 웅대한 음악과 함께 ‘실사영화 같은 애니메이션’을 선보일 카젠버그. 12월18일이후 그의 표정이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로스앤젤레스〓서이석기자〉doldu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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