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과업체 직원들『고맙다 열대야』…더울수록 매출 늘어

  • 입력 1998년 7월 30일 19시 26분


빙과회사의 직원은 요즘 날씨에 따라 기분이 달라진다. 불볕 더위로 푹푹쪄야 마음이 편안해지는 것.

무더운 여름날 국내 빙과업계의 하루 매출은 50억원대까지 올라간다. 하지만 비라도 내리면 판매량이 절반 정도로 떨어지고 사흘 넘게 비가 오면 하루 15억원 수준까지 내려간다.

빙과업계에서 ‘고대’하는 것은 한밤중에도 더운 열대야 현상. 더위가 며칠 동안 계속되고 열대야가 나타나면 매출은 폭발적으로 늘어나 하루 최고 80억원대로 치솟는다.

이런 탓에 업계에서는 ‘날씨가 영업상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생겼다.

한여름 빙과업체의 영업사원들은 아침 6시부터 한밤중까지 거래처에 물건을 대느라 발바닥에 땀이 난다. 서울 대학로처럼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30여분 동안 가게 다섯 군데의 냉장고에 제품을 넣고 나면 맨처음 간 가게에서 벌써 동이 나는 수가 있다.

사정은 생산공장도 마찬가지. 8시간 3교대의 정상 근무에서 12시간 맞교대의 ‘전시(戰時)상황’에 돌입. 라면공장이나 과자공장 등에서 남는 인력을 빙과공장에 투입하기도 한다.

국내 빙과업계는 올 여름이 무더울 것으로 보고 1백만상자의 재고물량을 확보해 두고 있다. 날씨가 워낙 판매에 영향을 많이 주다보니 신제품을 개발하는 연구원들은 날씨와 상관없이 꾸준히 팔리는 ‘명품’을 만드는 것이 꿈이다.

빙그레 아이스크림 마케팅팀의 권오택(37)팀장은 “매년 40여 종의 신제품이 나오지만 이듬해까지 계속 생산되는 제품은 한두 종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김홍중기자〉kiman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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