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동물원」,접촉통한 동물사랑 정서안정에 도움

  • 입력 1998년 6월 11일 19시 5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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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인 자렐라씨(40)는 한국 외국어대에 교수로 부임한 뒤 고민거리 하나가 생겼다.

프랑스에 있을 때 네살박이 아들과 동물원을 찾아 가는 것이 자렐라씨 가족의 주말 소행사. 이유는 모르지만 자신이 어렸을때도 아빠의 손을 잡고 매주 동물원을 찾았다. 그러나 동물원이 흔하지 않은 서울에서 찾아가기도 힘들뿐더러 어렵게 찾아가도 우리안에 갇힌 ‘불쌍한’ 동물들만 볼 수 있을 뿐.

그러나 이젠 사정이 달라졌다. 전국 유명 동물원들에서 어린이들이 동물들을 직접 만져볼 수 있는 체험코너를 속속들이 개장하고 있기 때문.

전국 18개 동물원 중 어린이동물원을 운영하고 있는 곳은 서울대공원 어린이대공원 등 8곳.

에버랜드 ‘동물가족동산’엔 송아지 양 꽃돼지 등 15종 1백6마리의 동물들이 어린 손님들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생전 처음보는 동물들을 아이들이 무서워하지는 않을까. 이것은 순전히 어른들의 쓸데없는 걱정. 정작 아이들은 동물들이 귀찮아 도망다닐 정도로 양 당나귀 등을 만지며 즐거워 한다.

에버렌드에서는 또 월트 디즈니에서 만든 영화로 유명한 ‘점박이 강아지’ 달마시안등 애완용 개들을 한군데 모아 어린이들의 즐거움을 더해주고 있다.

국내 최대의 동물원을 자부하는 과천 서울대공원은 토종개 삽살이 전시를 비롯 부모들과 함께 온 어린이에 한해서 사슴을 만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혹시 사슴이 놀래 어린이를 물수도 있어 안전상 취한 조치.

초등학교에 다니는 어린이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있는 서울 능동 어린이대공원도 ‘아기동물원’을 만들었다. 포유류를 주축으로 29종 2백56마리의 동물들이 있다.

지방에 소재한 동물원들도 제각기 어린이동물원을 만들어 동물과의 스킨십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광주 우치공원은 당나귀를 준비했고 마산 돛섬 유원지에서는 제주산 조랑말보다 작은 남미산 포니를 1천원씩 받고 어린이들을 태워주고 있다.

강원 원주 치악산 드림랜드는 공작 오리 거위등 조류공원을 조성했다.

아이들이 직접 동물을 만져보는 것은 학습 효과 뿐 아니라 정신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동물과 교감을 하면서 어린이들은 정신적 안정감을 얻을 수 있어 감성지수(EQ)도 발달할 수 있다. 특히 도시 어린이들에게는 동물원이 새로운 경험이다.

신경정신과 전문의 양창순박사(서울백제병원)는 “아이들에게 엄마가 중요한 이유는 껴안아주는 등 직접 신체를 접촉하면서 느끼는 애정이다. 살아있는 생명체인 동물들을 직접 만져 볼 수 있는 것은 도시어린이들에게 부족한 정서적 공백을 메꾸어 줄 수 있다”며 동물원들의 체험코너 마련을 적극 환영했다.

〈전창기자〉je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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