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가고싶다]봉사활동 추억의 여천 온동리섬

  • 입력 1998년 5월 6일 20시 08분


22년전 여름, 나는 대학생 봉사대원 일원으로 전남 여천 온동리라는 섬에 갔다. 나와 우리 동료들은 이미 겨울방학때 부터 일일찻집, 아르바이트 등 온갖 일을 하며 여름방학 봉사활동을 위한 군자금(?)을 마련했다.

당시 농어촌은 낙후돼 있었다. 오전에는 아이들에게 여름학교를 열어주고 오후에는 동네 청년들과 방파제를 쌓았다. 저녁에는 어른들에게 계몽활동을 폈다. 마을사람들은 우리를 ‘선생님’이라 불러주었다.

밤이 되면 우리 도시 청년들은 섬마을 청년들과 해변에 묶어둔 나룻배에 올라 밤새 많은 이야기들을 나누었다. 칠흑같이 어두운 바다에서 파도소리를 들으며 노래도 부르고 사랑도 이야기했다.

떠나는 날 마을 사람들은 축제를 열어주며 석별을 아쉬워했다. 우린 이듬해 마을 청년들을 서울로 초청했고 봉사 활동은 그로 부터 몇해 동안이나 계속됐다.

나는 결혼후에도 아내와 아이들을 데리고 그곳에 다녀왔고 당시 함께 갔던 후배들도 다시 여러 번 그곳을 찾았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한밤중에 배가 아프다고 뒹굴던 여자후배의 아픈 배를 진땀을 흘리며 ‘지압’해준 덕택에 ‘돌팔이 지압도사’로 불렸던 일도 잊지 않고 떠오른다.

우리 젊은 날의 순수한 땀과 사랑이 밴 그곳, 지금 그 근처에는 광양제철소가 들어섰고 어장은 오염되고 말았다. 어민들은 대부분 돈을 벌기 위해 육지로 나갔다고 한다. 몇년전부터는 그곳에 사시는 한 할아버지가 매년 들깨를 부쳐줘 감사하게 먹고 있다. 들깨를 볼 때마다 그곳 생각이 간절하다. 그때 청년이었던 민수가 마을 이장이라니, 세월 참 많이 흘렀다.

이제 함께 늙어가는 그들과 같이 밤배라도 한번 타봤으면 좋겠다.

이의용(쌍용그룹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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