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반]두 색깔로 다가온 바하의 「브란덴부르크 협주곡」

  • 입력 1998년 1월 20일 20시 12분


‘브란덴부르크 문’은 베를린 중심부에 위치한 프로이센의 개선문이다. 반면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은 많은 사람들이 바흐의 세계에 처음 들어가도록 길을 열어주는 관문(關門)이다. 바이올린 플루트 트럼펫 등 개성강한 독주악기들과 현악합주가 어울리며 빚어내는 화음은 건축가의 설계와 같은 조화의 아름다움을 펼쳐 보이며, 화창하기 그지없는 세계를 우리 앞에 풀어놓는다. 두 원전(原典)악기 연주단체가 이 협주곡집의 새음반을 선보였다. 텔덱사에서 음반을 발매한 ‘일 지아르디노 아르모니코’(조화로운 정원)는 우리에게 비발디 편집음반 ‘레드 프리스트’(붉은머리 사제)로 친숙해진 악단. 그들의 연주에는 정수리에 일침을 놓는 듯 따끔한 위트가 있다. 빠른 템포와 상상을 뛰어넘는 강약대비, 깔깔하지만 팽팽하게 긴장된 음향이 이들의 특징이다.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에서도 이들의 연주는 다름없다. 바이올린 솔로를 맡은 오노프리는 ‘레드 프리스트’에서 그랬듯 개성과 자유가 넘치는 표정을 곳곳에서 드러낸다. 연속된 음표를 짧게 끊어 처리하고, 힘주는 듯한 강타로 짙은 획을 그려넣는다. 다소 ‘파격적’인 음반표지는 베를린 장벽을 나타낸다. 한편 도이체 하모니아 문디가 발매한 프티트 방드(작은 악단)의 연주는 귀에 달콤하게 와닿는 모범적인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이다. 전체합주의 울림이 편안하고 아늑하며 이름과 달리 편성이 꽤 크게 느껴진다. 악기 음색간의 대비도 다른 원전악기 연주에서보다 뚜렷하지 않으며, 합주의 질감이 두텁기 때문인지 급격한 강약대비를 피하고 있다.‘악센트’보다는 긴 숨의 ‘인토네이션’을 강조해서 유장함을 강조한 연주가 펼쳐진다.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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