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신양란/이세상에 하나뿐인 모빌

  • 입력 1998년 1월 13일 10시 08분


국제통화기금(IMF) 한파가 어른들만 움츠러들게 하는 것은 아니다. 여덟살 된 딸아이가 군것질을 재촉하다가 “엄마, 지금은 IMF 때문에 경제가 어려우니까 참아야지” 하며 체념하는 모습을 보고 비로소 아이들까지 주눅들게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면서도 “그런데 IMF가 왜 과자도 못 사먹게 해” 하며 반신반의하는 아이의 눈망울을 바라보기가 민망했다. 2개월 된 제 동생에게 모빌을 달아주어야겠다는 내 말도 아이에게는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나 보다. “엄마, 모빌 내가 만들어줄테니 사지 마” 하는 것이 아닌가. 월급은 동결되는데 물가는 치솟으니 큰일났다고 죽는 시늉을 자주 했더니 아이까지도 위기감을 느껴 돈 아낄 궁리를 한 모양이다. 딸아이는 이내 제 동생을 위해 색종이를 꺼내놓더니 종이접기를 시작했다. 물고기 매미 눈사람 꽃 등 여러가지 모양을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히도록 정성을 쏟아가며 만들었다. 그리고는 털실을 이용해 꿰고 나더니 어디에 매달면 좋겠느냐고 물었다. 얼핏 옷걸이가 눈에 띄기에 거기에다 줄줄이 늘여 매달았더니 소박하면서도 훌륭한 모빌이 되었다. 거실 한가운데 딸아이가 만든 모빌을 매달아 놓고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니 가슴이 뭉클해 왔다. 제 어미의 가벼운 지갑을 걱정할 줄 아는 딸아이의 속깊은 마음씀씀이가 고마운 것은 물론이려니와 동생을 위하는 마음은 또 얼마나 갸륵한가. 우리 작은아이는 세상에 단 하나밖에 없는 모빌을 보며 자라는 복 많은 아기다. 제 누나가 사랑을 듬뿍 담아 만들어준 모빌을…. 오늘 딸아이가 보여준 사랑의 마음과 정성을 나중에라도 아들아이에게 반드시 일러줄 생각이다. 우리 아이들은 어쩌면 세상에서 다시없이 우애좋은 남매로 자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가슴 뿌듯한 기대에 어둡던 집안마저 환하게 밝아오는 듯했다.IMF 한파가 아무리 살을 엔다 하더라도 사랑이 있으면 능히 견딜 수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 돈보다도 더욱 소중한 것이 가족간의 사랑 아니겠는가. 딸아이의 사랑으로 오늘만큼은 IMF 한파도 경제불황도 밉지 않았다. 신양란(경기 파주시 법원읍 가야리)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