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남희제 가야금 산조는 음악의 살보다는 뼈를, 꽃보다는 열매를 보여주는 가야금 작품의 극치입니다. 내 자신의 음악적 아이디어를 넣어 완성시키겠다고 다짐해 왔지요』
가야금 연주가이자 작곡가인 황병기교수(이화여대)가 「정남희제 황병기류(流)」가야금산조를 완성했다. 정남희는 1920년대부터 40년대까지 가야금계 최고 명인으로 활동했던 연주가. 그의 가락을 이어받은 황병기류 산조는 22일 7시반 호암아트홀에서 지애리(이화여대 국악과 강사)의 연주로 전곡초연된다.
황교수는 52년부터 59년까지 가야금 명인 김윤덕에게서 정남희제의 가락을 전수받았다. 『얕은 재미를 좇기보다는 가락을 죄고 풀면서 격조 높은 구성감을 나타내는 점이 내 성미에 꼭 맞았어요』
그러나 전쟁중에 북으로 사라져버린 정남희의 가락을 원형 그대로 복원하기는 불가능했다. 차라리 연주중에 느낀 구성의 약점을 보완, 「황병기류」로 완성하기로 마음먹었다.
『다스름(양악의 전주곡에 해당)을 만들어넣고 진양조 저음에서 부족한 것도 만들어 넣었죠. 내 아이디어를 넣으면서도 「색보자기」처럼 산만하게 느껴져선 안되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전체의 통일성을 살리는 일이 중요한 작업이 됐다. 어렵사리 구한 정남희 연주 SP음반(유성기판) 두장도 귀한 자료가 됐다.
가락을 다듬기 40년. 95년 일단 완성을 보았지만 보완작업을 계속했고, 「토막연주」는 가끔 선을 보였지만 전체를 자신있게 연결시켜 내놓는데는 2년이 더 소요됐다. 완성된 「정남희제 황병기류」산조는 70분가량의 연주시간이 소요돼 역대 「최장」의 가야금 산조로 기록될 전망.
작품을 연주할 지애리는 93년 황교수에게서 전수받은 성금연제 가야금산조를 국립국악원에서 연주했으며 올 6월에는 황교수의 가야금협주곡 「춘설(春雪)을 연주하기도 했다.
공연은 준인간문화재 김청만의 장구 반주로 열린다. 02―548―4480
〈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