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이作「작은 것들의 신」,인도의「숨겨진 얼굴」그렸다

  • 입력 1997년 12월 8일 08시 02분


명상서적 붐과함께한국에서 「구원의땅」으로새삼스레 재발견된 인도.그러나최근 번역된 「작은 것들의 신」(원제 「The God Of Small Things」·문이당)은 다른 얼굴의 인도를 보여준다. 소설속의 인도는 뿌리깊은 신분제와 계급차별, 이교도에 대한 배척, 자본주의적 탐욕과 남성우월주의,식민잔재와 속물근성들이 뒤엉켜 용암처럼 들끓는 땅이다. 무대는 기독교와 힌두교, 이슬람교와 공산주의가 공존하는 인도 남부 케랄라주 아예메넴의 69년. 기독교도의 딸로 힌두교도 남자와 결혼했다가 이혼한 아무와 그 소생의 쌍둥이 남매 에스타와 라헬은 상류계급이지만 가족과 이웃 모두에게서 업신여김을 당한다. 그들의 유일한 친구는 불가촉천민(不可觸賤民)이자 탁월한 손재주로 작은 물방아같은 것들을 곧잘 만들어내는 벨루타. 아무는 자연 그 자체인 벨루타와 사랑에 빠지지만 이 사실을 안 아무의 가족은 가문의 체면을 지키기위해 벨루타를 강간범으로 무고하고 벨루타는 검거과정에서 경찰에게 맞아죽는다. 벨루타와 아무일가가 키워갔던 「작은 것들」의 꿈을 짓밟은 거대한 폭력의 정체는 무엇일까. 성급히 인도사회의 문제점에 대해 목청을 돋우려는 사람들에게 저자 아룬다티 로이(37)는 『이것은 인도만의 얘기가 아니다』고 응수한다. 어느 사회건 존재하는 인위적인 금긋기, 타인을 짓밟으려는 폭력적인 욕망, 권위를 지키려는 허영심 등이 카스트와 다른 점이 무엇이냐는 것이다. 처녀작 「작은 것들의 신」으로 샐먼 루시디에 이어 영국 최고권위의 문학상인 부커상을 수상한 세번째 인도인이 된 로이. 그는 「작은 것들의 신」의 쌍둥이 남매처럼 힌두교도 아버지와 기독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부모의 이혼으로 천덕꾸러기로 자라며 인간의 자유를 억누르는 온갖 종류의 관습과 권위에 대한 저항심을 길렀다. 〈정은령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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