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공대 L교수가 올들어 자신을 사칭한 인물에게 금품을 빼앗긴 여성 피해자 10여명의 사연을 잇따라 접하고 최근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L교수는 얼굴은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활발한 저술 및 강연활동으로 이름만 대면 웬만한 사람은 다 아는 중견교수.
L교수는 경찰에서 『직접 찾아오거나 전화를 건 10여명의 30∼50대 주부들로부터 「당신이 진짜 L교수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들은 내가 진짜라는 사실을 알고 한결같이 「사기를 당했다」고 되뇌며 낙담한 표정으로 돌아갔다』고 진술했다.
그는 『피해자 진술을 종합해보면 이 40대 사기꾼은 50대 초반인 나와 비교해 키가 비슷한 것 이외에는 전혀 닮지 않은 모습 같다』고 말했다.
벗겨진 머리에 옆 머리카락이 하얀 이 사기꾼은 흰색 크레도스승용차를 몰고 다니며 주로 수험생 자녀를 두었거나 송사(訟事)가 걸려있는 주부들에게 접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기꾼은 주부들에게 『당신 자식을 친구가 총장으로 재직중인 모대학에 특차입학시켜 주겠다』거나 『판검사인 후배들을 통해 송사를 해결해주겠다』고 꼬인 뒤 금품등을 빼앗고 사라진다는 것.
한 50대 주부는 『그가 워낙 달변인데다 차림새도 검소하고 품성도 겸손해 사기꾼이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 사기꾼은 사기행각을 위해 L교수의 강연내용을 완전히 숙지하고 그의 유학생활 경험까지 소개하는 등 L교수에 관한 모든 것을 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경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