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아빠,나도 정말 한국 사람이 되는 거예요』
동네 놀이방에 다니는 메위시(2)는 친구들이 『너는 파키스탄 사람이래』라고 놀리는 말이 지금까지 제일 싫었다.
그러던 메위시 가족에게 19일 국적법 개정안이 입법예고됨으로써 메위시가 한국 국적을 취득할 수 있게 됐다는 기쁜 소식이 날아 들었다.
주윤이(朱閏伊·26)씨와 아마드 아야즈(33)부부는 딸 메위시를 한국 호적에 올리지 못해 국내 학교에 보내는 게 불가능할 것에 대비, 내년초 할아버지 할머니가 있는 파키스탄의 유치원에 다니게 할 계획이었다.
딸과의 생이별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던 주씨 부부는 이제 헤어지지 않고 살 수 있다는 생각에 메위시를 부둥켜 안고 안도의 한숨을 토해냈다.
94년 한국으로 유학온 아야즈와 결혼한 주씨가 짧은 신혼의 단꿈을 깨고 고민하기 시작한 것은 메위시의 출산을 한 달 앞둔 지난 95년 여름.
3개월마다 한번씩 출국해 비자연장을 받아오던 남편과 함께 만삭의 몸을 이끌고 법무부에 찾아가 『남편이 아니면 아무도 나와 태어날 아이를 돌봐줄 사람이 없다』며 남편의 체류연장을 호소한 일을 주씨는 지금도 잊을 수 없다.
자식을 낳은 기쁨을 나눌 여유조차 없던 주씨 부부는 메위시의 출생증명서를 들고 경기 안산시청에 달려가 호적계에 출생신고를 했으나 「어머니 혈통만 가지고는 아이를 호적에 올릴 수 없다」는 통보를 받고 2천만원짜리 전셋집에서 서러운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임시방편으로 이들은 다음달에 메위시의 이름을 아버지의 나라 호적에 올려놓을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야즈는 안산공단에 취업해 생계를 꾸려 나가면서 『끝까지 희망을 포기하지 말자』고 아내와 딸을 위로해 왔다.
이날 메위시를 품에 안고 한국과 파키스탄의 양가 부모에게 전화를 건 주씨는 『성인이 돼 국적을 선택할 딸이 어머니의 나라를 자랑스럽게 여길 것』이라며 환하게 웃었다.
〈안산〓정위용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