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 운전교습]『이걸 운전이라고…』『그래 잘났수』

  • 입력 1997년 8월 28일 08시 48분


『아이구! 이 미련한 여편네야, 깜박이를 켜라니까』 『이리 멍청하니 살림도 엉망으로 하지』 『운전면허는 어떻게 땄어, 커닝이라도 했나』 한달 전 주부 김모씨(34·서울 서초동)는 남편을 조수석에 태우고 운전연습을 하면서 이런 「인신공격적」인 말들을 참아내야 했다. 『그래 당신 잘났수』 분을 이기지 못해 쏘아붙인 한마디에 부부싸움이 벌어졌다. 결국 운전학원을 찾아 비싼 수강료를 내고 도로주행연습을 해야 했다. 보조브레이크가 없는 자가용으로 남편이 운전연습을 도와주다가 불행한 사태가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서울 동대문구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남편 동승하에 운전연습을 하던 한 주부가 인도의 보행자를 치어 숨지게 하고 구속됐다. 운전연습은 인가받은 운전학원에서 제공하는 보조브레이크가 달린 연습용 차를 타고 전문강사로부터 지도받는 것이 정석. 그러나 면허는 있지만 도로주행의 경험이 없어 남편으로부터 운전교습을 받는 주부도 적지 않다. 교통전문가들은 구하기 쉬운 운전교사인 남편 등 가족의 구성원이 「최악」의 운전교사가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말한다. 녹색교통운동 임삼진 사무총장은 『부부나 부모 형제 남매 등 가족 구성원끼리 운전연습을 시키고 받을 경우 감정이 앞선 교습자가 자극적인 말로 운전자를 불안하게 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가족 구성원을 운전연습시킬 때는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까. △「바보같다」 「운동신경이 둔하다」는 식의 자존심을 건드리거나 비아냥거리는 말은 하지 않기로 약속한다. △미리 운전관련 책자를 읽어 신호등 보는 법, 차로변경 방법 등을 「도상 연습」 하도록 한다. 시동을 걸지 않은 차에 앉아서 클러치 브레이크 가속기 변속기어의 작동법과 계기판 보는 법 등을 충분히 연습시킨다. △연습장소를 주의해 고른다. 주택가 아파트단지 학교주변 등 돌발상황이 발생하기 쉬운 곳이나 강변처럼 추락의 위험이 있는 길은 피한다. 교통량이 많지 않은 편도 3차로 이상의 평탄한 도로로 신호등과 커브가 적은 곳이 적당하다. △뒷유리창에 「운전연습중」이라는 표지를 붙인다. 연습장소로 갈 때와 올 때는 교습자가 운전하고 그 외의 사람은 태우지 않는다. △운전자가 실수하더라도 간단한 지시나 경고만 할 뿐 운전중에 윽박지르지 않는다. 주의를 줄 때는 도로 한편으로 차를 완전히 세운 상태에서 차분히 설명한다. 20∼30분간 연습한 뒤에는 휴식을 취한다. △뒤에서 다른 차가 따라오거나 경적을 울리더라도 「신경쓸 필요 없다」는 말로 안심시키고 운전자에게 적당하다고 생각되는 속도를 유지하도록 한다. 〈박중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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