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저녁 서울 압구정동. 가설무대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던 아이들은 적잖이 흥분해 있었다. 포즈연습 노래연습, 심지어 자기소개 연습까지 무대를 연신 흘낏거리며 되풀이 해댔다.
㈜코오롱이 직수입한 미국 캐주얼브랜드 「마씨모」매장 오픈기념공연에 모델로 서게 된 여섯 명. 전신사진을 붙여 엽서를 보낸 5백여명 중 테스트를 거쳐 뽑혔다. 진아(상일고 1년)와 윤섭이(용인공전 섬유디자인과 1년)는 모델 지망생. 철우(청담고 2년)는 그저 30만원짜리 상품권이 탐났다.
『멋있지 않으면 웃기라는데 걱정이에요』
앞무대를 휘젓고 나온 프로모델들 때문에 기가 죽기도 하고 떨리기도 하다.
드디어 그들의 차례. 3백여명의 관객 앞에 서니 3일동안 연습한 게 저정도냐 싶게 워킹이 잘 안된다. 친구들은 환호를 보내주지만 왠지 쑥스럽다. 무슨 춤이든 자신있다던 충건이(동성고 2년)는 결국 춤추다 무대에서 떨어지고 만다.
『전속모델되는 건 줄 알았는데…』 10분 남짓의 무대가 금세 끝나버리고 아이들은 무슨 미련이 남는지 한참을 돌아서지 못한다. 윤섭이가 못내 아쉬워하며 건네준 명함에는 얼굴사진 옆에 「180,64」사이즈가 또박또박 적혀 있었다.
〈윤경은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