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가 임동창을 설명하는데 피아니스트라는 말은 충분치 않다.
오늘날 사라져버리다시피 한 「자작자연」(自作自演)의 전통을 잇고 있다는 점, 또한 국악과 피아노의 접목을 꾀하고 있는 점에서 그는 분명 새로운 개념의 연주가다.
그는 자신의 목표를 「쉬운 음악 만들기」라고 정의한다. 바로 듣는 훈련을 쌓지 않아도 감각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음악이다.
그가 선보인 기법은 19세기 서구 스타일의 화성법과 국악선율을 현대적으로 변용한 멜로디 등.
『사람들은 음악이라는 나무의 잎을 볼 뿐 그 뿌리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음악 이전의 근본을 찾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거죠』
「근본」이란 음악의 외형과 대비되는 「정신」으로 읽혀진다. 기법에 얽매이지 말고 직관을 통해 예술의 정수에 다가가야 한다는 뜻이다.
지난 8일 저녁 제주신라호텔에서 오랜만에 그의 연주회가 열렸다. 격식을 배제한 연주는 전설적 피아니스트였던 리스트의 콘서트를 연상케 했다. 주변 의자와 바닥에 사람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았다. 그는 한곡을 칠 때마다 간단히 해설을 곁들였다.
「놀이II」는 사물놀이패 「두드리」에 피아노를 맞추어나간 새로운 형식의 작품. 작품의 절정에 이르러 임씨가 다듬이질하듯 건반을 손날로 두드려대자 객석에서는 환성이 일었다.
그가 추구해나가는 음악은 일단 객석과의 의사소통에 쉽게 성공하고 있었다. 그는 어떤 음악가보다 행복해 보였다.
〈제주〓유윤종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