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리톤 고성현 2집음반]잘 다듬어진 「야수의 공명」

  • 입력 1997년 7월 18일 08시 12분


바리톤 고성현이 오른 오페라무대는 특유의 긴장감과 집중을 빚어낸다. 지난 3월 콘서트 형식으로 오른 KBS교향악단의 「오셀로」. 청중들의 시선이 온통 혜성처럼 등장한 드라마틱 테너 김남두에게 쏠려있는 사이 고성현은 때로 빈정대듯이, 때로 악마처럼 음울하게 나름대로의 「의지를 가진 악당」 이아고를 그려냈다. 청중들의 갈채는 뜨거웠다. 「김남두의 승리」가 「김남두 고성현의 승리」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지난달 국립극장에서 막을 올린 한일합작 「리골레토」. 자그마한 체구의 이 사나이는 극장 기둥을 울릴듯한 볼륨으로 관객을 압도했다. 온몸을 내던지는 연기였다. 고성현이 두번째 독집음반을 냈다. 제목은 「극적(劇的)바리톤 아리아집」. 로스앤젤레스 시어터 관현악단이 반주했다. 「조국의 적」(조르다노, 안드레아 셰니에) 등 음반제목에 걸맞은 노래외에도 베르디의 「프로벤자의 바다와 땅」처럼 온화한 아리아와 로시니의 「나는 이 도시의 만물박사」처럼 재치넘친 노래들이 섞여있다. 『매우 「교만하게」 구성한 레퍼토리죠. 제대로 하면 스타대접을 받겠지만, 못하면…』 그가 목소리를 다듬는 정성은 경탄스러울 정도. 한참 목소리가 안나올때는 동물원에 가서 맹수들의 「발성법」을 연구하기도 했다. 4월 할리우드에서 열린 이번 음반의 녹음은 오전 10시에 시작됐다. 그는 이를 위해 오전 5시에 기상, 다섯시간이나 몸풀기와 발성연습에 몰두했다. 『내가 가진 정통적 레퍼토리들을 정성껏 불러냈으니 이제 평가를 기다릴 뿐이지요』 새 음반으로 듣는 그의 노래는 잡티가 섞이지 않은 순수한 공명속에서도 뒷심이 탄탄하게 들린다. 「팔리아치」의 「프롤로그」에서 때로 윽박지르듯, 때로 애소하듯, 또 길고 유장하게 사설을 풀어놓듯 수시로 표정을 바꾸는 음성연기는 그의 진가를 잘 웅변하고 있다. 고성현은 26일부터 이탈리아 루카시(市) 인근에서 열리는 푸치니 페스티벌에서 「토스카」의 스카르피아 역을 맡는다. 그와 더블캐스팅으로 같은 역을 맡은 인물은 메트로폴리탄 등 최고의 오페라 무대를 휩쓸고 있는 「스타」 셰릴 밀른즈. 공연기간중 현재 유럽을 뒤흔들고 있는 「그대와 함께 떠나리」의 가수 안드레아 보첼리와 합동공연도 추진중이다.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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