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인간감시 카메라』…문방구서 슬쩍하는 친구 퇴치

  • 입력 1997년 7월 8일 07시 55분


『꼼짝마. 서투른 짓은 용서못해』 최근 초중고교앞 문방구에서 활개를 치고 있는 「꼬마도둑」을 퇴치하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가 등장했다. 업소내에 설치한 폐쇄회로카메라를 떼어내고 복도마다 「인간감시카메라」를 설치한 것. 3개 중고교가 모여있는 서울 송파구 H문방구에서는 아르바이트 학생들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감시카메라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다. 이들의 임무는 교복을 입은 채 의자위에 올라서서 볼펜 등 문구류를 훔치려는 친구들과 선후배를 잡아내는 일. 이 업소에는 수업이 끝나는 시간이 되면 10여명의 여학생이 몰려와 인간감시카메라를 자원하고 있다. 한달동안 하루 2∼3시간만 일하면 청바지 한벌값은 벌 수 있기 때문이다. 매일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이모양(16·I여상 1년)은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는 교복을 입고 의자위에 올라가 두리번거리는게 쑥스러웠지만 지금은 친구가 와도 눈에 불을 켜고 감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문방구의 사장 권대륜씨(37)는 『실제로 학생들이 절도범을 잡아낸 적은 없지만 감시자가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학생들의 도난심리를 억제하는 효과를 얻는다』고 설명했다. 가방을 사기 위해 이곳을 찾았다는 50대 남자는 『도둑예방도 좋지만 친구까지 감시하게 하는 것은 지나친게 아니냐』며 『어른들의 욕심때문에 어린 학생들의 우정까지 금가는 것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박정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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