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들 사이 휴대전화 아르바이트 『붐』

  • 입력 1997년 7월 8일 07시 55분


「삐리리릭, 삐리리릭」. 갑자기 울리는 전화벨 소리. 달리는 시내버스 안이다. 버스 앞좌석에 앉아 있던 교복차림의 남학생(K군·16·고교1년)이 책가방의 지퍼를 재빨리 연다. 수줍은 듯 얼굴을 내민다. 휴대전화. 『여보세요…아르바이트 가는 중이야. 시간없어. 끝나고 학원가야 해』 최근 「휴대전화 구입 아르바이트」가 1318사이에 퍼지고 있다. 상대적으로 학업에 대한 중압감이 적은 저학년생 중심이다. 지금까지 휴대전화는 우리 청소년들에겐 「오르지 못할 나무」. 과외비용으로도 허리가 휘는 부모님을 보챌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휴대전화기 값이 내려 가면서 얘기는 달라진다. 「그래, 내가 벌어 사는 거야」. K군이 아르바이트를 시작한 것은 두달전. 시내 햄버거 전문점에서다. 끓어오르는 식용유속에서 한껏 흥분한 고깃덩이를 건져내는 하루 4시간. 힘들때도 있지만 마음은 즐겁다. 이럭저럭 한달이면 15만원이 손안에 떨어진다. 한달 10만원씩 4개월 할부. 앞으로 두달만 있으면 「보물」은 완전히 K군의 것이다. 부모님은 『학생이 무슨 휴대전화냐』며 불만이다. 그래서 우겼다. 공부 게을리하지 않고 비용은 일체 스스로 부담한다는 조건. 아껴서 쓰면 한달 사용료는 3만원 안팎이다. 해볼만 하다. 서울의 한 고교 교사인 신모씨(29)는 『하교길에 휴대전화를 손에 쥐고 있는 학생을 보는 경우가 있다』며 『처음에는 부모나 형의 것을 빌린 줄 알았는데 스스로 아르바이트를 해 구입했다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고 말한다. D고에 다니는 J군(17)은 다섯달째 아르바이트다. 오후7시부터 자정까지 독서실에서 학생들의 출입을 관리한다. 다음달이면 휴대전화를 살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는 J군. J군은 되도록이면 전화를 「받기만 할」 각오다. 받는데는 돈이 안드니까. 『한반에 한두명은 휴대전화를 「극비리」에 지니고 다닙니다. 학생이 무슨 휴대전화냐고 하지만 제 생각은 달라요. 휴대전화가 가져다 주는 「자신감」을 모르고 하는 얘깁니다』 자신감…. 그래도 부모들은 모르겠다. 너 꼭 휴대전화가 필요한 거니? 짤막한 J군의 대답. 『갖고 싶은 걸 어떻게 해요』 〈이승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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