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네스 파일]제주 안흥찬씨/40년간 한라산 千회 등반

  • 입력 1997년 6월 29일 20시 21분


1957년 처음 한라산을 오른 뒤 지난 40년간 1천여회를 등반한 安興燦(안흥찬·67·제주시 연동)씨는 생존 산악인 가운데 한라산을 가장 많이 오른 사람이다. 한라산에 파묻혀 한평생을 보낸 그의 별명은 그래서 「산귀신」 「산신령」이다. 안씨는 제주 4.3사건의 여파로 한라산 입산이 통제되던 시기에 남의 이목을 피해 무작정 산에 올랐다. 목숨을 걸고 감행한 산행이었다. 등반로가 없어 키보다 높은 덤불을 헤쳐 길을 만들고 영실에서 한라산 정상 백록담까지 기어올라가기도 했다. 지금의 한라산 등반로인 관음사 어리목 영실 성판악코스가 이때 개척됐다. 며칠씩 산에서 지내는 일이 빈번해지자 주변에서 「귀신에 씌웠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조난사고가 발생하면 누구보다 먼저 산으로 달려갔던 그는 대한적십자사 산악안전구조대 제주산악회를 만드는데도 앞장섰다. 이런 그에게 한라산은 「영원한 연인」이다. 하루라도 보지 않으면 그리움에 몸살이 나고 품에 안기면 그렇게 포근하다는 것. 그의 집에는 항상 배낭이 꾸려져 있다. 마음이 내키면 그냥 떠난다. 한라산의 잔영을 간직하고 싶어 직접 그린 한국화가 어느새 1천5백점을 넘었다. 그는 『몰지각한 등반객으로 인해 멍드는 한라산을 보면 마음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제주〓임재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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