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米 6월이후엔 없다…9월까지 나도는 것은 가짜』

  • 입력 1997년 6월 13일 20시 29분


『6월은 「경기미(京畿米) 춘궁기(春窮期)」이기 때문에 요즘 시중에 나와 있는 경기미는 일단 가짜로 보고 의심해 봐야 합니다』

최근 백화점에 가짜 경기미를 납품한 양곡유통상을 상대로 단속에 나선 서울지검 수사관계자가 전하는 말이다.

지난해 한국의 쌀 총 생산량은 3천6백95만섬이지만 경기도에서 생산된 쌀은 4백30만섬에 불과하고 소비자들이 「순수 경기미」라고 찾는 이천 여주 김포지역의 쌀은 이중 24%에 지나지 않는다. 경기 지역의 농지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기 때문.

따라서 봄철만 지나면 시중의 경기미 재고가 대부분 바닥나 6월이면 연례행사처럼 「경기미 춘궁기」가 닥쳐 오고 햅쌀이 나오는 9월까지 가짜 경기미가 판친다는 것이 검찰의 분석이다.이 때문에 6월만 되면 양곡유통상과 수사기관 사이의 숨바꼭질도 치열하다.

이달만 해도 서울지검과 서울시경이 거의 동시에 가짜 경기미 단속에 나섰고 지방의 모 검찰지청에서도 내사를 거쳐 수사에 착수하려다가 그만 두기도 했다.

양곡유통상들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 가장 흔한 수법은 전라도나 충청도 등지의 정미소에서 쌀을 가져다가 경기미 일부와 섞어 「혼합쌀」을 만들고 관련서류에는 기록을 일절 남기지 않는 것.

그러나 이 수법이 자주 단속에 걸리면서 최근에는 아예 원산지가 경기도로 표시된 포장지를 현지 정미소에 보내 가짜 경기미를 만드는 수법이 등장했다.

검찰 관계자는 『요즘 팔리고 있는 경기미중 진짜 경기미는 10∼20%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며 『경기미만 찾는 소비자들이 있는 한 당분간 가짜 경기미는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종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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