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유업 새전략 선언 『모든 우유 1등급원유만 씁니다』

  • 입력 1997년 6월 13일 20시 29분


우리나라 어린이들이 거의 매일 먹는 음식중의 하나가 우유. 그러나 이렇게 중요한 식품이 「말도 많고 탈도 많아」 우유를 고르는 소비자들의 마음은 항상 꺼림칙하다. 그래서 「믿고 마실 수 있는 우유」를 만들기 위한 유업회사들의 경쟁이 치열하기만 하다. 이런 가운데 남양유업(대표 洪源植·홍원식)이 국내 최초로 모든 우유제품에 1등급원유(原乳)만을 쓰겠다는 「폭탄선언」을 해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남양측이 11일부터 출시하는 「3.4우유」는 전부 1등급원유로 만들어진다. 프리미엄급 우유 「아인슈타인」은 이미 모두 1등급을 써왔다. 일반우유인 「3.4」는 그동안 1∼4등급으로 만들어왔는데 이번에 1등급으로 바뀐다. 홍사장은 『작년 고름우유 파동을 겪으면서 우유에 대한 소비자 불신이 대단하다는 것을 절감해 최고의 원유로 우유를 만들 준비를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조치를 『우유의 대혁명』이라고까지 표현했다. 그 근거는 두가지다. 선진국에서도 모든 우유에 1등급 원유만 쓰는 경우는 찾아볼 수 없으며 1등급을 쓰면서도 가격은 기존의 일반우유와 똑같이 해 1등급우유의 「가격파괴」를 단행했다는 점. 유업회사들은 그동안 가장 비싼 1등급원유로 만든 우유는 「프리미엄급」이라 해서 일반우유보다 15∼30% 정도 비싼 값을 받아왔다. 1등급만 쓰는 데 따른 추가비용은 2백㎖짜리 1개당 6∼8원. 그런데도 남양이 1등급 우유의 값을 올리지 않겠다는 것은 1,2원을 다투는 우유제품에서 대단한 부담이기 때문에 업계에 미치는 충격이 그만큼 크다. 『직원들 사이에서도 감당할 수 없다며 값을 올려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품질이 좋아졌다고 가격이 덩달아 오르면 소비자들에게 무슨 도움이 되겠습니까』 홍사장은 『경영합리화나 물류비용 절감 등을 통해 이 부담을 상쇄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1등급 원유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는 일이었다. 원유 등급을 보면 세균수를 기준으로 4등급으로 나눠 이중 1㏄당 세균수가 10만개 미만인 것이 1등급. 가장 신선하고 깨끗하지만 그만큼 다량확보엔 어려움이 따른다. 『지난 1년동안 남양에 원유를 납품하는 4천 낙농가를 돌아다니며 독려하고 저온탱크 시설을 확충하는 등 1등급을 늘리기 위해 땀을 많이 쏟았습니다』 홍사장의 부친이 설립한 남양유업은 창사 이래 지난 30년동안 단 한번도 적자를 기록한 적이 없다. 『넓이보다는 「깊이」를 추구하라는 것이 아버님의 경영철학이었습니다. 저도 세계 최고의 유업회사로 성장할 때까지 우유라는 한우물만 팔 것입니다』 〈이명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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