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학교 어때요]인천 문성여상『신세대 신사임당교육』

  • 입력 1997년 6월 11일 09시 52분


『찻잔의 허리를 오른손으로 잡아 왼손 위에 놓고 감싸듯 안아서 정중하게 들어보세요. 소리나지 않게 눈으로 색을 보고 코로 향을 맡고 혀로 맛을 음미합니다』 지난 7일 오전 인천 남동구 만수동 문성여상의 생활관인 행문관(行文館). 1학년11반 54명이 한복을 다소곳이 차려입고 까다로운 다도(茶道)교육을 받고 있었다. 다도교육이 끝나자 학생들은 민요를 배우며 흥겨워했다. 이들은 3박4일간 행문관에서 숙식하며 예절교육은 물론 한지공예 수지침까지 배웠다. 문성여상은 지난 74년 개교 직후부터 「충(忠) 효(孝) 예(禮)교육」을 실시한 「예절에 밝은 학교」. 1학년은 3박4일, 2학년은 2박3일, 3학년은 하루동안 행문관에서 예절교육을 받는다. 예절교육프로그램은 언어 행동 문서예절로 나뉘며 마음가짐, 표정, 서있는 자세, 걷는 자세, 계단 오르고 내리는 자세, 단정한 옷차림 교육 등이다. 또 요즘 10대들이 거들떠보지도 않는 친족 외가 사돈과의 계보 및 호칭도 배운다. 이 때문에 결혼할 때 행문관에서 배운 예절교육을 기록한 「충효예절록」을 갖고 가는 졸업생도 많다. 행문관의 예절교육 교재는 이 학교 교사 75명이 지난 92년 「충효예교육연구회」를 구성, 3년간 만든 3백13쪽의 「행문교본」으로 95년부터 학생들에게 보급됐다. 학생들은 특히 제사용어 등 관혼상제교육에 큰 흥미를 나타낸다. 학생들이 행문관을 퇴소하는 날에는 학부모들도 참석, 별도로 예절교육을 받는다. 학생들이 예절바르게 살려면 부모들이 모범을 보여야 한다는 뜻에서다. 이 학교에서는 졸업식 때 행문관 성적이 가장 우수한 학생 4명을 선발, 행문관에 사진을 걸어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도록 한다. 金萬玉(김만옥·71)교장은 『기업체에서 예절바르고 정숙한 졸업생을 보내줘 고맙다는 인사를 할 때 흐뭇하다』고 말했다. 〈인천〓박정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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