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행이 수시로 바뀌는 패션업은 시장 흐름에 얼마나 빨리 대응하느냐는 것이 성패를 좌우하는 「스피드 싸움」.
그러나 매장에서 감지되는 소비자들의 반응이 여러 단계를 거쳐 본사까지 올라오다 보면 이미 유행이 지나버려 타이밍을 놓치기 쉽다.
패션업체 까슈(대표 張仁植·장인식)는 이런 고민 끝에 최근 관리체계를 대폭 줄인 「매트릭스 시스템」이라는 다소 생소한 제도를 도입했다. 영어로 「그물망같이 촘촘히 얽혀 있는 망」이라는 뜻으로 이 시스템의 특징은 「자율화」와 「수평적 네트워크」.
우선 본사가 전담해온 마케팅 기능을 서울 부산 대구 등 총판과 전국의 직영점에 위임했다. 지역거점은 영업목표 책정에서부터 매장관리 신규입점 시장조사까지 자체적으로 관장한다. 본사에서 일괄적으로 맡지 않고 일종의 「자율화」를 이룬 셈. 반면 본사는 지역거점에 대한 「지원부서」 역할을 맡을 뿐이다. 행정업무에 매달렸던 본사 직원들도 상당수 영업업무로 투입될 수 있게 돼 그만큼 생산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또 각 매장이 물건을 공급받을 때도 종전처럼 본사를 통하지 않고 지역거점을 통하면 된다. 인기품목을 제때 확보할 수 있어 매출신장에 도움이 된다. 이렇게 해서 지역별 매장별로 차이가 있는 상품 수요에 신속히 맞추고 물류비용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까슈측의 기대다.
까슈측은 『시장상황에 순발력있게 대응하기 위해서는 필요 이상으로 중앙에 집중된 권한을 분권화해야 한다』면서 『최근 옷값의 거품이 빠지는 것과 함께 조직의 거품도 빼자는 시도』라고 말했다.
관리체계의 「슬림화」라고 할 수 있는 매트릭스 시스템은 서서히 다른 패션업체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돼 가고 있다.
〈이명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