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디스 마이클 부부 지음/동아일보사/6천원)
신데렐라 콤플렉스. 돈과 사랑을 한꺼번에 거머쥐는 순간의 황홀함이란…. 여성독자가 읽어주길 바라는 작가라면 이처럼 매력적인 소재를 외면하기도 쉽지 않다.
「호텔 비콘힐」. 현대판 신데렐라의 추락과 와신상담, 화려한 재기의 날갯짓을 엮은 러브로망. 어림잡히는 결말, 하지만 반전의 함정을 치밀하게 파놓아 용케도 상투적인 스토리로 굴러떨어지지 않는다. 8백90쪽 분량을 부담스럽지 않게 요리해 낸 매끄러운 구성이 차라리 얄밉다.
고아소녀 로라. 호텔명문 샐링거 집안의 보석을 훔치러 하녀로 들어간다. 가문의 어른인 오웬의 총애로 승승장구, 나쁜 마음을 버리고 새 인생을 꿈꾼다. 미남청년 폴과 사랑을, 오웬의 손녀 알리스와 우정을 키운다.
시련. 막대한 유산을 상속받게 된 로라가 음모에 휘말려 쫓겨난다. 사랑하는 이마저 등을 돌린다.
전화위복. 야망의 스케일이 커졌다. 미모와 정열을 무기로 최고급 호텔체인 경영권을 따낸다. 음모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사랑과 우정도 고스란히 되찾는다.
사랑 오해 음모 배신 복수 승리의 파노라마. 권선징악의 결말이 더해져 흥미진진하다. 무엇보다 로라의 흡인력이 돋보인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스칼렛 오하라를 연상시키면서도 한결 따스한 그녀의 마음 씀씀이.
「대중소설은 재미가 최고」라는 명제를 충족시킨 작품이다. 그러면서도 알토란같은 메시지가 여운을 남긴다. 「주는 사랑과 받는 사랑, 어느 쪽이 진짜 행복인가」. 자기 힘으로 「왕궁」 주인이 된 여주인공의 마지막 선택이 해답을 암시한다.
〈박원재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