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노루-까마귀 『먹이 전쟁』한창

  • 입력 1997년 1월 9일 20시 49분


폭설이 내린 한라산 어리목광장에서 노루와 까마귀간에 「작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해발 9백70m에 위치한 어리목광장은 한라산 등반코스의 입구로 5,6년전부터 야생노루들이 먹이를 구하러 자주 내려오는 장소. 궁기가 낀 까마귀들이 먹이를 찾기 위해 이곳으로 수백마리씩 떼지어 몰려 들면서 2천여평의 잔디밭을 놓고 노루와 영역다툼을 벌이고 있다. 처음에 까마귀들은 노루에 기생하는 진드기 등을 잡아먹기 위해 달려 들었다. 그러나 까마귀먹이 무인판매대가 생긴 지난해 11월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사람들이 뿌려놓은 먹이를 찾아 앉으면서 방해가 되는 노루들을 쫓아내고 있는 것. 이들의 싸움에서 노루는 한수아래. 별다른 공격무기가 없는 노루들은 까마귀가 달려들어 쪼기 시작하면 숲속으로 몸을 숨길 수밖에 없다. 이처럼 쫓고 쫓기는 숨바꼭질이 하루에도 2∼4차례씩 나타나고 있다. 특히 최근 한라산에 많은 눈이 내려 먹이를 구하기 힘든 노루들로서는 한라산관리사무소나 자연보호단체 등에서 이곳에 뿌려놓은 송악줄기 등으로 연명해야 한다. 공원관리사무소 관계자는 『노루들이 쫓기는 모습을 보면 애처로운 생각마저 든다』며 『서로 공생토록 하는 방안을 찾아 보겠다』고 말했다. 〈제주〓任宰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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