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元在 기자」 일선 영화제작자와 수입업자들은 극장가의 고질적인 비리를 해소할 최적의 대안으로 극장 매표업무의 전산화를 꼽는다. 극장 전산망이 갖춰지면 영화별 입장관객 수가 분명해져 표 빼돌리기등을 통한 탈세 소지를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다는 것. 관객 입장에서도 시내 유명예매소나 전화를 통한 예약이 가능해져 주말마다 매표창구앞에 줄지어 서는 불편을 피할 수 있다.
그러나 「극장 통합전산망」 구축은 이같은 당위성에도 불구, 당사자인 극장주들의 미온적인 반응으로 인해 몇년째 논의만 무성할 뿐 진척을 보지 못했다. 이 때문에 영세자본의 한국영화 제작자들은 극장측이 자신들의 정당한 흥행수익을 가로챈다는 주장과 함께 복마전 같은 영화 배급체계의 개선을 요구해 왔다.
극장전산망 도입에 관한 한 97년 벽두의 분위기는 일단 희망적이다. 문화체육부는 전국극장연합회 등 극장 단체와의 협의를 거쳐 올해안에 전국 6백여개 극장을 연결하는 매표 전산망 구축에 나서기로 했다. 문체부는 예상비용 1백50억여원 가운데 70∼80%를 문예진흥기금에서 지원하고 나머지는 해당극장에 부담시킬 계획이다.
문체부가 서둘러 극장전산망 구축에 나선 것은 지난해 영화계 비리수사를 통해 영화 배급 및 극장 상영관행에 대한 대수술의 필요성을 절감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지난 95년말 개정된 영화진흥법은 매표전산망을 설치한 극장에 대해 국산영화 의무상영일수(스크린쿼터)를 연간 20일 이내에서 감경토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 혜택을 받은 극장은 한곳도 없었다.
문체부 관계자는 『우선 서울시내 1백여개 극장을 대상으로 올해안에 전산망을 설치할 계획』이라며 『일부 극장의 「저항」이 예상되지만 정부가 예산을 들여 시행하는 만큼 명분상 거부하는데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영화계 일각에서는 극장주들이 기득권의 상당부분을 포기해야 하는 새 제도의 도입을 순순히 받아들일지에 대해 확신하지 못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