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만희씨 신작 「아름다운 거리」공연 관심

  • 입력 1996년 11월 4일 20시 37분


「金順德기자」 「불 좀 꺼주세요」의 극작가 이만희씨(42)는 사연이 많은 사람으로 불린다. 젊은 날 출가, 월주스님(조계종 총무원장)을 모시고 있다가 환속한 경험이 있으며 14년간의 윤리교사 생활도 「희곡으로 먹고 살기 위해」 그만두었기 때문이다. 『나는 할 말이 많은 사람』이라는 그가 올들어 네번째 창작극 「아름다운 거리(距離)」(연출 강영걸)를 무대에 올려 눈길을 끌고 있다. 서울 대학로극장에서 올 상반기까지 3년6개월간 20만 관객을 모았던 「불 좀 꺼주세요」와 「처녀비행」에 이어 같은 극장에서만 세번째 작품이다. 지난 여름에는 산울림소극장에서 「돌아서서 떠나라」를 공연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창작극 부진에 허덕이는 연극계에서는 이변으로 꼽히고 있다. 『희곡을 빨리 쓰는 편은 아닌데 우연과 운이 겹쳤습니다. 「아름다운 거리」는 2년 걸린 작품이고 「돌아서서…」도 반년쯤 걸렸지요. 할 말이 많다보니 쓰고 나서 줄이는 작업이 더 힘듭니다』 「말」을 좋아하는 작가답게 그의 작품의 특징은 말의 묘미에 있다. 삶과 죽음, 사랑과 진실 등 묵직한 주제를 구어체의 짧고 쉬운 대사속에 풀어놓는 것이 그의 장기다. 50대 두 남자의 사랑보다 진한 우정을 그린 「아름다운 거리」에서도 『사는 건 고통입죠. 고통을 피하려는 건 우스운 생각이에요』 『가까이 있을 땐 몰라. 가까워질수록 일정한 간격이 필요한 관계도 있다』 등 연극을 보다가 무릎을 치게 만드는 대사가 곳곳에 숨어 있다. 이씨는 『희곡을 시작할 때 포부가 철학을 문학화하고 문학을 연극화하자는 것이었다』며 『희곡에 있어서의 문학성은 바로 대사라고 믿는다』고 했다. 동국대 인도철학과 재학중이던 75년 출가한 곳이 금산사. 『끼가 있어서 중노릇 차분히 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던 당시 주지 월주스님 말대로 이듬해 환속했고 79년 동아일보 장편희곡공모에 당선, 극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90년 서울연극제 대상 희곡상을 차지한 뒤 지금도 각종 연극제의 단골수상작으로 등장하는 「그것은 목탁구멍 속의 작은 어둠이었습니다」를 비롯, 「피고지고 피고지고」 「돼지와 오토바이」 등 내놓을 때마다 관객과 화제를 몰고온 작품속에 평탄치 않게 살아온 그의 세상살이가 농축돼 있다. 『50의 나이에도 순백의 사랑을 주고싶은 상대가 있는 인생,살다 지쳐도 다음날아침 또 일어나는 사람에 대해 쓰고 싶었다』는 이씨는 앞으로 중노년이 편하게 볼 수 있는 작품에 매달릴 작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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