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아이 이렇게 키워요]정외근씨 가족

  • 입력 1996년 10월 18일 22시 12분


「高美錫기자」 경기 안양시의 신기초등학교 4학년생인 헌재는 보통 저녁식사를 9시 쯤 한다. 과외나 학원에 다녀서가 아니다. 아버지 정외근씨(42·삼호엔지니어링 이사)의 퇴 근을 기다렸다가 세 식구가 함께 식사하는 것이 이 집안의 즐거운 일과다. 『하루 단 한번 저녁만이라도 가족이 밥상머리에 한데 모여 대화하는 것이 습관처 럼 돼버렸어요. 배고플테니 먼저 먹으라고 해도 꼭 아버지와 같이 밥먹겠다고 기다 리는 모습을 보면서 아이와 함께 하는 저녁식사가 밥먹는 것 이상의 깊은 의미를 갖 고 있음을 새삼스레 확인하게 됩니다』 어머니 안승혜씨(39)의 얘기다. 늘 어른과 식사를 해서인지 새우젓콩나물국이나 청국장 등 가리는 음식도 없이 아 이식성도 토속적이다. 유아시절 헌재는 유난히 김치를 싫어해 고민이었다. 궁리끝에 「아빠와 함께 김치 담그기 대회」에 나가면 어떨까 생각했다. 두 부자 는 지난해 깻잎김치로, 올해는 김치돼지고기산적으로 출전해 상을 받았다. 아빠와 함께 무채와 파도 썰고 고춧가루양념을 버무리는 색다른 경험을 한 헌재는 이제 김치와 친해졌고 식탁 행주질이나 설거지 등 부엌일도 곧잘 한다. 부모생각대로 따르지 않는다고 무조건 좋은 일이니 고치라고 강요하거나 잔소리하 기보다 아이의 마음을 움직이도록 이끄는 것이 정씨부부의 가정교육법인 셈이다. 『우리세대만 해도 아버지와는 거리를 두고 지내서인지 다정하게 지낸 추억이 별 로 없는 편이죠. 무서운 아버지로보다는 아이가 언제라도 다가갈 수 있는 그런 아버 지로 기억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정씨는 김치만들기뿐 아니라 컴퓨터도 직접 가르쳐주고 목욕탕에 가선 때도 밀어주고 출근할 때는 자연스럽게 서로 사랑 한다는 말을 나누며 껴안아주곤 한다. 엄마의 아이사랑법도 각별하다. 2년전 겨울방학때는 같은 아파트통로에 사는 엄마 들과 힘을 합쳐 어린이연극 공연을 가졌다. 무대는 헌재네 거실, 관객은 동네 꼬마들. 아이들은 연극도 하고 피아노도 연주하 는 「버라이어티 쇼」를 스스로 연출하면서 뿌듯한 자부심을 느꼈다. 이처럼 아이를 위해 헌신하는 부부지만 온통 삶의 무게중심을 아이에게만 얹은 채 떠받들며 사는 건 아니다. 외동아들인만큼 버릇없이 크지않도록 신경을 쓰는데 같은 잘못을 반복하거나 말로 해서 안들을때는 잘못을 일러준 뒤 자기 스스로 맞을 매를 결정하도록 한다. 헌재가 남에게 해안끼치고 상식적인 사람으로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부부의 소박한 꿈. 친구들이 붙여준 「언제나 즐거워」라는 별명대로 늘 그렇게 행복하길 바랄뿐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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