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는 만성 B형 간염이 원인… 예방접종 꼭 하고 음주 줄여야

회사원 박모 씨(47)는 2월부터 평상시보다 자주 피곤함을 느꼈다. 잦은 야근 탓으로 생각했다. 그는 20년 전 병원에서 B형 간염 보균자로 진단을 받았지만 별다른 불편함이 없어 특별히 진료를 받지 않았다. 하지만 피로감이 커지고 체중이 줄어 최근 병원을 찾았다. 검진을 받아보니 간암이 진행 중이었다.
○ ‘증상 없는’ 간암, 어떻게 알아내나?
우선 오른쪽 윗배에 통증이 자주 생기면 간암을 의심해야 한다. 또 윗배에 무언가 덩어리가 만져지거나 체중이 급격히 줄고 피로감이 심해도 간암을 우려해야 한다. 이런 증상조차 간암이 많이 진행된 뒤에야 알 수 있다.
간암의 원인을 보면 대처 방안이 나온다고 소화기내과 전문의들은 강조한다. 간암은 전형적으로 ‘위험인자’를 가진 환자에게서 주로 발생한다. 위험인자는 △만성 B·C형 간염 보유 △간경변증 보유 △간암 가족력 △만성 간질환 보유 등으로 압축된다.
특히 국내에서는 만성 B형 간염으로 인한 간경변증이 전체 간암의 원인 중 약 70%를 차지한다. 음주로 인한 알코올성 간질환도 간암의 원인이다. 고령자의 경우 주당 2병 이상의 술을 마시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간암 발생 위험이 2.6배나 높아진다. 지방간이 간경화로 이어진 후 간암으로 악화되기도 한다.
○ 발병 원인을 알면 대처법도 안다
따라서 만성 간질환을 예방하거나 잘 관리하면 간암에 걸릴 확률이 아주 낮아진다. 예를 들어 자신이 만성 B형 간염 환자라도 항바이러스제 등으로 적절하게 치료해 간경변증으로 악화되는 걸 막으면 간암 발병을 막을 수 있다. 삼성서울병원 강원석 소화기내과 교수는 “간암을 예방하려면 간염 예방접종을 반드시 해야 한다”며 “음주만 줄여도 알코올성 간경변증과 간암 발생을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40세 이상의 B, C형 간염 바이러스 보유자와 간경화 환자는 3∼6개월에 반드시 한 번씩 초음파검사와 혈액검사를 받아야 한다. 금주와 금연은 필수다. 정부는 만 40세 이상 남녀 중 간암 고위험군에 연 2회 간 초음파검사, 혈액검사를 무료로 제공하니 이를 이용하는 것도 좋다.
간암이 발견되면 간암 조직과 주변 조직을 제거하는 절제수술을 받아야 한다. 다만 간 외에 다른 장기에 전이가 없어야 한다. 절제로 증상 호전이 어려울 경우 환자의 간을 모두 제거한 후 기증된 건강한 간을 이식하는 ‘이식수술’, 항암제를 경구나 정맥으로 투여하는 ‘전신 항암화학요법’ 등을 받는다. 또 간암 덩어리에 영양을 공급하는 혈액을 항암제, 리피오돌 등으로 차단하는 치료를 하기도 한다. 서울아산병원 김강모 간센터 교수는 “간암의 진행 정도와 환자 상태에 따라 적절한 치료법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수술 후에도 약 70%에서 간암이 재발하니 정기적인 추적 검사가 필수”라고 말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