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이 그림, 어디서 본 듯한데?” 친숙하면서도 파격적인 이 그림, 에곤 실레의 ‘추기경과 수녀’입니다. 무릎을 꿇은 남녀가 키스하려는 장면을 보니 클림트의 ‘키스’가 바로 떠오르네요. 그런데, 몽환적이고 에로틱한 남녀 대신 금욕생활을 하는 추기경과 수녀가 저런 포즈로 등장하니 눈을 어디다 둬야할 지 모르겠습니다. 추기경과 수녀의 표정을 보세요. 남의 눈을 의식하는 것이 역력합니다. ‘이러면 안 되는데….’ 하면서 점점 빠져드는 혼란스러움이 그대로 묻어나죠? 표정도 표정이지만 주홍과 암청색의 강한 대비 때문에 더욱 더 강렬한 인상을 남깁니다. 그러고 보니 90년대 초, 이 작품을 패러디한 베네통의 ‘사제와 수녀의 키스’ 광고도 기억이 나네요. 숨겨진 욕망 들춰보기 성적 욕망과 내적 고뇌를 고통스럽게 표현한 에곤 실레. 튀는 재능을 가진 그가 미술학교의 뻔한 커리큘럼에 고루함을 느낀 건 당연했겠죠? 그래서 미술학교 대신 관능적인 작품으로 자신을 매료시킨 클림트를 찾아갔습니다. 실레는 “제가 재능이 있는 것 같습니까?” 물었고, 클림트는 “지나칠 정도로 많다”고 대답했어요. 이때부터 실레에게 클림트는 스승이자 친구가 되었죠. 실레가 “제 스케치 몇 장을 드릴 테니 당신의 스케치 한 장을 주십시오.”라고 하면, 클림트는 “당신의 스케치 실력이 나보다 낫다”면서 실레의 그림을 사주기도 했고, 후원자도 소개해 주었습니다. 클림트보다 28세나 어렸던 실레는 클림트가 사망했을 때 그의 마지막 모습을 스케치로 남기기도 했죠. 하지만, 실레 역시 클림트와 같은 해 스페인 독감에 걸려 스물여덟의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실레는 클림트의 영향을 받았지만 감출 수 없는 재능으로 그만의 스타일을 완성했습니다. 클림트의 그림에는 공격성이 없지만, 실레의 작품 속 주인공은 “뭘 봐?” 하며 뚫어져라 쏘아봅니다. 뻔뻔하게 작품 밖을 바라보는 주인공은 날카롭고 불안한 고통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죠. 세상을 향해 예술로 반항했던 에곤 실레의 눈빛도 이와 같지 않았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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