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괜히 고쳐서 더 나빠지는 건 아닐까?’, ‘새 폼도 못 익히고 예전 폼도 잊어버려 엉망진창이 되는 건 아닐까?’ 특히 불혹을 앞둔 나이도 아니고 이미 40대가 된 노장이라면 작은 변화에도 선수인생을 걸어야 한다.
20년간 프로무대를 지킨 자신에게 스스로 메스를 가하는 것 자체가 무모한 행동일 수 있다.
그러나 KIA의 ‘정신적 지주’ 이종범(40)은 망설이지 않았다. 이종범에게 변화를 택한 이유를 묻자 “마흔 넘어서 스무 살이나 어린 투수들의 공을 치기가 얼마나 어렵겠느냐. 그래서 고민 고민하다 바꿨다”고 짧게 답했다.
이종범은 시범경기 동안 17타수 7안타(타율 0.412)· 3홈런· 8타점을 기록했다. 특히 2루타를 2개나 보태며 무려 1.059의 장타율을 과시했다. 팀내에서 10타수 이상 친 타자 중 타율은 김상현, 최희섭에 이어 3위, 홈런은 2위였다. 그리고 장타율은 1.042의 김상현마저 따돌린 1위.
시범경기 성적이지만 여기저기서 “뭘 먹고 회춘했느냐?”, “1차로 도핑검사 받는 것 아니냐?”는 농담이 터질 정도로 타구에 실린 힘이 달라졌다.
이종범은 장타력의 비결에 대해 “원래 목표는 장타력이 아니었다. 나이를 먹으면 아무래도 스윙 스피드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스무 살이나 어린 투수들의 빠른 공을 치기가 너무 어렵다. 그래서 폼을 간결하게 바꿨다. 잘 맞으니까 장타도 나오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1990년대 4할 타율에 도전하고 30홈런을 날리기도 했던 20대 이종범은 그립을 귀 위까지 올린 상태에서 스윙을 했다. 일본무대를 거쳐 최근까지도 이종범은 이 폼을 유지했다. 그러나 빠른 공에 대한 대처능력을 높이기 위해 그립을 귀 아래, 목 부분까지 내렸다. 이종범은 “지난해 한 차례 바꿔봤지만 적응에 애를 먹어 실패했다. 스프링캠프 때 다시 마음을 먹고 연습을 시작했고 스윙이 훨씬 간결해지는데 성공했다”고 말했다.
조범현 감독은 이종범에 대해 “대단하다. 캠프 때 젊은 선수들과 똑같은 훈련을 소화했다.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팀 전체에 좋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며 지난해 이상의 활약을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