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전기료 개편 내용-의미]電力 민영화 임박

전기료 체계를 원가(原價) 위주로 바꾸는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전기요금 개편안은 ‘전력시장의 완전 경쟁’을 위한 준비 단계로 풀이된다.

현재 추진되고 있는 전력산업 구조개편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2009년 이후에는 전기 생산자(발전회사)와 공급자(송배전 회사)가 민간업체로 바뀐다. 이에 따라 과거처럼 기업과 농민들에 대해 정책적으로 원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전기료를 할인하기 어렵다는 것. 대신 그동안 원가보다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을 받아온 주택용 전기료는 지금보다 낮아질 전망이다.

▽용도별로 얼마나 올리고 내리나〓현행 전기료 체계는 ‘비생산 분야’인 주택용과 일반용에서 많이 거둬 산업용과 농업용에 지원하는 것을 뼈대로 하고 있다.

2000년 기준으로 kWh당 판매단가는 △주택용 107.30원 △일반용 106.04원 △산업용 58.30원 △농사용 43.04원 △심야 전력 24.52원 등이다. 이에 따라 공급원가 대비 전기요금인 ‘원가 회수율’이 일반용 133.7%, 주택용 114.8%인데 반해 산업용 96.1%, 농사용 48.0%에 불과했다.

요금체계 개편으로 월 평균 전기료 부담은 주택용은 가구당 약 1620원, 일반용은 4만6810원이 줄어든다. 반면 산업용은 25만9660원, 농사용은 2만3000원가량 각각 늘어날 전망이다. 산업용과 농사용의 한해 전체 부담 증가액은 각각 8568억원과 2359억원으로 합하면 1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인다.

주택용 전기료 체계도 현재 7단계, 최고와 최저 요금 차가 18.5배인 요금 누진제를 완화해 2004년 이후에는 4단계로 줄이고 요금 차도 5.7배 이상이 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심야전력 요금은 전력 수요가 적은 심야시간(오후 10시∼다음날 오전 8시)의 전기 사용을 장려하기 위한 것이지만 심야시간대 전력 수요가 낮시간대보다 많은 등 문제가 있어 사실상 폐지될 전망이다.

▽전력 거래 질서도 바뀐다〓이번 개편안은 또 전력 생산 및 공급자와 수요자간의 다양한 거래가 가능하도록 했다.

내년 1월부터 도입되는 ‘전력 직거래’는 5만㎾ 이상 사용하는 업체 등은 전력거래소에서 구매토록 했다. 이들은 현재 전력 사용의 20% 정도를 차지한다. 또 직거래를 할 수 있는 사용자의 범위도 차츰 확대할 예정.

또 2004년 이후 송배전 업체가 6개사로 민영화돼 한국전력에서 분리되면 송배전 회사는 송배전 비용에 따라 지역별로 요금을 따로 매길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되면 전력 사용이 많고 발전소에 가까운 곳일수록 싸게 전기를 공급받을 수 있게 된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정한경(鄭漢景) 연구위원은 “용도별로 원가 위주로 요금을 바꾸고 생산 및 송배전에 경쟁체제가 도입되면 전체 전력소비자가 내는 요금은 약간 줄어들 전망”이라고 말했다.

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

용도별 전기요금 비율 및 가격 변동률 추정치 (단위:%)
		판매비중	원가회수율	가격증감률
주택용	일반주택	15.9	114.8	-7.3
	심야전력	2.8	48.8	118.0
	소계	18.7	108.9	-2.3
일반용		19.9	133.7	-20.4
산업용		57.3	96.1	10.7
농사용		2.3	48.0	121.7
교육용		1.0	116.4	-8.6
가로등		0.8	101.3	5.0
종합		100.0	106.4

원가 회수율은 원가 대비 전기 요금 비율.
가격증감률은 용도별 요그의 원가 회수율을 2000년 평균 회수율 106.4에 맞출 때의 증감률.
자료:에너지경제연구원